통상 호흡기 바이러스가 사납게 구는 건 겨울이다. 하지만 다시 ‘한여름’ 코로나19 유행을 경고하는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유행 주기가 딱 맞아떨어진다. 오미크론 이후 백신 접종으로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코로나19가 9∼10개월마다 다시 유행하고 있다. 그 시점이 6, 7월경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만 중국 홍콩 태국 등 인접 국가에서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NB.1.8.1)를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계열로 분류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할수록 감염력이 강해지고 독성은 약해진다.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이다. 이번 바이러스 역시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을 개량한 덕분에 동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5월 들어 코로나 감염률(호흡기 환자 가운데 코로나 환자 비율)을 보면 홍콩은 13.66%, 중국은 16.2% 등으로 치솟았다. 대만은 5월 넷째 주 코로나 환자가 4만10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주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전파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다만 중증도나 치명률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오미크론 치명률은 A형 독감(0.1∼0.2%)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대만에선 올해 코로나 환자 가운데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330명이었고, 그중 47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자이거나 만성질환자, 면역질환자 등 고위험군이었다. 중증 환자 수나 사망자 수는 지난해 유행 당시보다 낮다고 한다.
▷우리나라 코로나 감염률은 아직 들쑥날쑥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NB.1.8.1)가 우세종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에어컨도 위험 요소다. 자주 환기를 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은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쉬운 조건이다. 지난해 고위험군 백신 접종률이 50%가 채 되지 않는 점도 걱정스럽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고위험군에는 여전히 무서운 질병이다.
▷의정 갈등이 끝나지 않았는데 코로나19 환자 폭증으로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면 ‘나을 병’도 자칫 ‘죽을 병’이 된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가리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 위생 수칙을 준수해 예방해야 한다. 영원하거나 완벽한 면역은 없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서 바이러스를 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고위험군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기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중증 진행을 막아준다는 것이 검증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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