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우리 태도에 따라 야누스 되는 AI[맹성현의 AI시대 생존 가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3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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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을 대하는 세 가지 관점
단순 기술 넘어 사회적 존재 된 AI… ‘좋은 AI’는 인류의 미래 여는 열쇠
좋은 인간에 의해 개발-활용돼야… ‘나쁜 AI’는 통제나 살상 도구 위험
창의적이나 예측 불가 ‘이상한 AI’… 세 관점 조화 이뤄야 혜택↑위험↓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2008년 개봉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재밌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이 영화는 황량한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세 남자가 보물지도를 쫓으며 벌이는 추격전을 담고 있다. 그러나 셋은 성격도, 보물에 접근하는 목적도 서로 다르다. 영화 속에서 보물은 약탈의 수단이자 정의의 보상, 폭주하는 혼돈으로 그려진다.》

챗GPT가 공개된 이후의 인공지능(AI) 역시 이 영화의 설정과 닮았다. 보물지도와 견줄 바도 못될 만큼 오늘날 AI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 전반을 바꾸는 강력한 힘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AI가 누구에게는 인류의 미래를 여는 열쇠이고, 누구에게는 통제와 독점의 도구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그저 기묘한 존재다. 같은 기술을 두고도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적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AI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중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 있고, 또 AI를 사용하는 우리는 셋 중 어느 캐릭터에 투영되고 있을까?

영화 속 ‘좋은 놈’처럼 ‘좋은 AI’는 인류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예컨대 의료 분야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해 희귀병을 조기에 발견하게 하고, 교육에서는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에도 AI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이런 좋은 AI는 과학기술 진보의 정점이자 공공선을 위한 힘으로서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신노동의 자동화로 ‘주 1일 근무’ 시대가 온다면, AI는 유토피아 사회를 가능케 할 핵심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좋은 AI는 결국 좋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없다면 좋은 AI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들이 AI를 활용해 빈곤 퇴치나 질병 예방에 앞장서고,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은 더 싸고 유용한 AI를 목표로 삼으며 동시에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줄여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안전한 AI를 만들려고 해야 한다.

반대로 ‘나쁜 AI’는 나쁜 인간에 의해 탄생한다. 현재의 AI는 스스로 의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AI가 나쁜 행동을 보인다면 모두 인간 탓이다. 감시 체계 강화, 개인 정보 침해, 자동화된 살상 무기 등으로 AI를 악용하는 사례가 그렇다. 또한 허위정보 생성이나 딥페이크 기술을 통한 정보 조작은 여론을 조작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일부 국가와 기업이 AI를 통제의 도구로 사용해 독점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독재의 수단으로 악용할 위험도 존재한다.

영화 속 ‘이상한 놈’처럼 AI는 종종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매우 똑똑해 보이지만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멋진 음악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인간이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때로는 감정이 있는 듯하고, 질문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독특한 방향으로 말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이 ‘이상한 AI’는 예측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는 AI의 학습 과정과 결정 방식이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AI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영역이 점차 늘면서 ‘이상한 놈’으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AI 전문가들도 때때로 ‘이상한 놈’처럼 비친다. 이들이 어떤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딥페이크를 가능하게 하며, 인간의 감정까지 모사하는 AI를 개발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AI를 만들겠다는 일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AI의 뛰어난 코딩 실력에 후배나 제자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해고되거나 취업하기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AI를 천사로 포장하고, 누군가는 악마처럼 경계하며, 또 누군가는 혼란스러운 존재로 인식한다. 이 세 이미지는 AI를 접하는 사람 저마다의 태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AI가 사회에서 인식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나의 기술이 이토록 다양한 얼굴을 지닌다는 것은 AI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AI는 우리의 가치관과 태도에 따라 야누스처럼 서로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지금 우리는 AI라는 지도를 손에 쥐고 있다. 영화 속 지도처럼, 그것이 보물로 가는 길이 될지 파멸로 가는 길이 될지는 이 지도를 누가 쥐느냐에 달려 있다. 영화에서 세 주인공이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동료로 협력했듯이, AI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 위해선 세 가지 관점 모두 필요하다. ‘좋은 놈’의 인본주의, ‘나쁜 놈’의 추진력과 효율성, ‘이상한 놈’의 창의성이 상승 효과를 낼 때 우리는 AI의 혜택을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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