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out international students, Harvard is not Harvard”[이창수의 영어&뉴스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4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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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졸업생들이 ‘모든 사람을 위해’라는 문구를 부착한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졸업 가운과 학사모에 흰 꽃을 달아 팔레스타인과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연대를 드러냈다. 케임브리지=AP 뉴시스
5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졸업생들이 ‘모든 사람을 위해’라는 문구를 부착한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졸업 가운과 학사모에 흰 꽃을 달아 팔레스타인과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연대를 드러냈다. 케임브리지=AP 뉴시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요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버드대 간 ‘문화 전쟁’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를 포함한 50개 대학에 대해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를 개시한 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등 대학 운영과 학생 선발 정책 변경을 압박했다. 하버드대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지원금 동결, 외국인 유학생 등록 금지령 등 각종 수단으로 하버드대를 난타하고 있다.

미 언론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go head-to-head/toe-to-toe with)”라고 전했다. 복싱에서 서로 머리와 발끝을 맞대고 싸우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관용 표현이다. 또 이 상황을 ‘spat’(감정적인 말싸움), ‘escalating feud’(격화되는 반목), ‘ongoing battle’(진행 중인 전투), ‘standoff’(대립), ‘showdown’(한판 대결), 그리고 하버드의 상징색에 빗댄 ‘crimson crusade’(선홍색 십자군 전쟁) 등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을 묘사하는 표현으로는 “unleash an unprecedented attack on Harvard”(유례없는 공격을 퍼붓다), “escalate/ramp up/step up attacks on Harvard”(공격 수위를 높이다) 등이 주목된다. ‘unleash’는 violence(폭력), airstrikes(공습), revenge attacks(보복 공격) 등을 ‘퍼붓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ramp up’은 attack(공격), pressure(압박) 외에도 investment(투자), support(지원), security(보안) 등을 ‘강화하다/늘리다’는 뜻으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와 관련해서는 “유학생 등록 권한을 박탈하다(pull Harvard’s ability to enroll international students)” “하버드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을 취소하다(pull federal funding from Harvard)”처럼 ‘박탈/취소하다’란 뜻으로 ‘pull’이 자주 등장한다. 일상 대화에서는 “They can have your license pulled for this(그들은 이 일 때문에 당신 면허를 취소시킬 수 있어)”처럼 주로 면허를 취소한다고 할 때 쓰인다.

CNN은 트럼프의 공격을 “Trump is slashing and burning Harvard(트럼프가 하버드를 초토화하고 있다)”라고 표현했고, 한 전문가는 “Trump is taking a sledgehammer to Harvard(트럼프가 큰 해머로 하버드를 때려 부수고 있다)”고 묘사했다. ‘slash and burn’은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베고 불태우는 개발 방식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take a sledgehammer to∼’는 ‘환경 규제(environmental regulations)를 대대적으로 철폐하다’처럼 과격한 힘으로 무자비한 조치를 취할 때 쓰인다.

하버드에 대한 공격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하버드가 이에 맞서 싸우고 있기(fight back) 때문이다. 졸업생과 재학생들도 “유학생 없는 하버드는 하버드가 아니다(Without our international students, Harvard is not Harvard)”라며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명문대들이 학내 정책을 변경하는 상황에 대해선 “give in to/bow to/cave in to/buckle under Trump’s demands(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하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give in to’는 관용적인 표현이고, ‘bow to’는 고개 숙이는 이미지, ‘cave in’은 동굴이 무너지는 이미지, ‘buckle under’는 건물 기둥이나 무릎이 꺾이며 무너지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공식적인 표현으로는 ‘comply with’를 기억해 둘 만하다.

최근 미 연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의 유학생 등록 권한을 박탈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는(blocked the administration from revoking Harvard’s ability to enroll international students) 결정을 내렸다. 하버드 재학생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in limbo)’ 불안에 떨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하버드대#문화 전쟁#다양성 정책#유학생#국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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