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대해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이례적 반응을 내놨다. 백악관은 3일 한국의 대선 결과에 대한 질의에 당국자 명의의 서면 답변을 통해 “한미 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의 이런 반응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대선 과정 자체에 대한 평가와 함께 뜬금없이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한 일반론적 우려를 덧붙였다. ‘백악관 당국자’ 명의의 비공식 논평이라지만 동맹의 새 정부 출범에 대한 흔한 인사치레도 없이 뜨뜻미지근하고 탐탁잖은 기색이 읽히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로 당선 축하를 전하며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는 의례적 성명과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
이런 이례적 반응에는 한국 새 정부와 이 대통령에 대한 선입견이 깔린 게 아닌지 의구심을 낳게 한다. 이 대통령이 선거전 내내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의 강력한 옹호론을 폈지만, 워싱턴 조야엔 이 대통령의 과거 친(親)중국 언행과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널리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탄핵 국면에서 중국의 영향력 공작설까지 끼어든 부정선거 음모론이 미국에 전파되면서 새 정부에 친중 이미지가 덧칠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스티브 배넌, 로라 루머 같은 극우 인사는 이번 한국 대선 결과를 두고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장악했다” “한국이 무너졌다”는 반응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이런 미국 측 인식이 각종 현안 조율이 시급한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한국 새 정부를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나 하는 친중 정권으로 인식한다면 당장의 관세 등 통상협상은 물론이고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조정 같은 민감한 동맹 이슈에서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미 협상과 관련해 “필요하면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했지만, 우선 시급한 것은 미국의 시각 교정일 것이다. 서둘러 워싱턴에 특사라도 보내 경계심부터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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