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회의에서 모두가 상사의 아이디어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순간 상사에게 의견을 말하려면 기술과 용기가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대립하지 않으면서 우려를 표명하고, 관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요점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의견 불일치를 위험이 아닌 필요한 일로 재구성해야 한다. 의견을 말하는 것은 본인, 상사,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일정, 우선순위, 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회사는 잘못된 목표를 좇느라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커리어 관리일 수 있다. 리더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일상 업무에서 멀어지고 그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힘들더라도 직언을 하면 오히려 상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상사와 의견을 달리하려면 종속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점이 가치 있고 공유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상사에게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로 인식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푸시백 파워(pushback power)’, 즉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재직 기간, 상사와의 관계, 조직 상태와 같은 요인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현재 상황을 진단해야 한다.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모든 사람이 동참해야 하는 위기 상황인가? 아니면 편안하게 피드백을 전할 여지가 있는 안정된 상태인가? 이런 측면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면 좀 더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는 순간 바로 반박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대일 미팅과 같이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상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금요일 오후에 복도에서 상사가 주말을 앞두고 퇴근하려는 순간에 논쟁의 여지가 있는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이상적이지 않다. 흔히들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상사를 탓하지만 사실 시간과 장소를 잘못 선택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의견 불일치를 표현하는 방법은 관리자의 스타일과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어떤 상사는 직설적인 표현을 높이 평가하지만, 다른 상사는 직설적인 표현을 보다 개인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상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려 사항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사기 진작과 합의를 중시하는 관리자와 효율과 결과를 중시하는 관리자의 반응은 다를 것이다. 가령 ‘이 계획이 사람들을 지치게 할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하는 것과 ‘이 계획이 돈을 낭비할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다른 사람들이 반발할 때 상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고 누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의견을 말하는지를 알아차리면 더 현명한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미래 지향적, 생산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당화하는 말을 앞세우면 방어적으로 들릴 수 있고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목표는 단순히 상대의 대척점에 서서 “당신은 틀렸어요”라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고 생산적인 타협점을 제안하는 것이다. ‘마이크로 예스(micro yes)’라고 알려진 심리적 원칙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기 전에 작은 동의를 구해 보자. 그러면 대화가 덜 적대적으로 느껴지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듯 전부 예스(yes)나 노(no)가 아닌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 “제안한 방향대로 완전히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시범적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식의 타협도 가능하다. 이는 유연하고 기꺼이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냥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완전히 물러서서 다시는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 관리자는 당신의 피드백을 쉽게 무시할 수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될 수 있다. 대안에 열려 있으면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되 의견을 너무 쉽게 굽히지는 말아야 한다.
물론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반응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압박감을 느낄 때는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상사가 진정으로 움직일 의지가 없다면 대부분의 경우 물러나는 것이 좋다.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최선을 다하고 다음 날을 기약하는 것도 현명한 기술이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상사에게 ‘잘못됐다’고 현명하게 말하는 법’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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