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1년 4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자고 의료계가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5일 “신임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장관이 모두 한마음으로 의정 갈등 해소에 나서 달라”고 했고, 대한의사협회는 4일 “의료 위기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달라”고 했다. 의대생과 전공의의 이탈 장기화로 필수·지역 의료는 붕괴 직전이며, 의사 배출도 심각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누적된 이 같은 위기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신규 의사는 지난해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269명이다. 의대생이 학교를 떠나면서 응시 인원 자체가 급감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응시하는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도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인 509명에 그쳤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필수 과목 전문의는 사실상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제라도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정도의 ‘의료 대란’이 닥칠 것이다. 지난해 사직한 전공의 중 18.7%(2532명)만 현재 수련을 받고 있다. 그나마 피부과 정형외과 등 인기 과목에 몰려 있다. 전국 의대 40곳의 의대생 42.6%(8300여 명)가 유급·제적을 당할 위기다. 내년에 이들이 한꺼번에 복귀하면 24·25·26학번 1만여 명이 예과 1학년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사태가 벌어진다. 의료계는 학사 시스템상 유급·제적 마지노선인 이달 말 안에 의대생이 복귀하면 최악은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의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지역의대 신설, 공공병원 강화 등 새 정부의 의료 공약이 의정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의대 신설부터 전문의 배출까지는 통상 12∼15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기존 의사 배출 시스템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가 회복된다면 중장기 의료 개혁 과제들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 역시 ‘응급실 뺑뺑이’ 등 국민적 요구로 시작된 의료 개혁을 무조건 백지화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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