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1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사상~하단선’ 지하철 공사 구간 인근에서 깊이 5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졌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잇달아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부산=뉴스1
최근 잇단 싱크홀(땅 꺼짐) 사고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싱크홀 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정부가 제작한 싱크홀 지도는 무용지물이고, 지하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는 부실하며, 사고가 나도 원인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싱크홀 사고는 운이 나빠 당하는 사고가 아니라 인재에 가까운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785억 원을 들여 싱크홀 지도를 구축했지만 최근 5개월간 사용 실적은 403건에 불과하다. 보안을 이유로 일부 사업자에 한해 종이 지도를 잠시 대여하는 데다 싱크홀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가 빠져 있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와 부산시가 자체 싱크홀 지도를 만들었는데 모두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설사 공개한다고 해도 부실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은 땅이 물러 최근 3년간 ‘사상∼하단선’ 지하철 공사장 주변에서만 14차례나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지도엔 가장 중요한 지질과 지하수 정보가 빠져 있는 식이다. 싱크홀 위험도를 알려주는 지도도 없이 어떻게 예방을 하겠나.
싱크홀 사고가 발생해도 약식 조사 후 땅을 덮는 경우가 태반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정부가 싱크홀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국 싱크홀 사고 1448건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한 사고는 3건뿐이었다. 나머지는 해당 자치단체가 조사하는데 “척 보면 안다”고 했던 사고 원인이 정밀 조사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진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도 나올 텐데 답답할 뿐이다.
취재팀이 둘러본 전국의 지하 공사 현장은 싱크홀 사고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지반의 변화를 감지하는 계측기도 없이 터파기 공사를 하거나, 방수 대신 배수 장치만 해놓고 지하 터널 공사를 하고 있었다. 동아일보가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공개한 후 관련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다. 당장은 안전 등급이 낮은 지역부터 굴착 공사 모니터링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지금도 서울에서만 안전도 4, 5등급에 해당하는 196곳에서 깊이 10m 이상의 대형 굴착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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