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탈당한 尹과는 남남… ‘본립도생’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일 23시 09분


코멘트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인터뷰
편향적 혁신은 절대 성공 못 해… 분열을 통합하는 것도 혁신
전당대회 룰 바꿀 이유 없어
자유우파 철학 충실해야 길 열릴 것… 야당다운 야당으로 비정상엔 싸울 것
주주 우대 무시할 수 없어 상법 처리… 李 대통령 한 달은 점수 주기 민망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혁신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한다고 해서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것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남남이다.” 국민의힘은 1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 파동과 대선 패배로 이어진 7개월을 되돌아봐야 할 과제가 비대위 앞에 놓여 있다. 20%대로 주저앉은 당 지지율과 무너져가는 보수의 혁신을 이뤄내고, 제1야당의 존재감을 회복해 거여(巨與)에 맞설 체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난파선의 키를 쥔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안철수 의원을 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쇄신의 닻을 올렸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송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한 자연인”이라고 강조했다.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 우려엔 “좌파는 분열해서 망하고 우파는 부패해서 망한다고 했는데 거꾸로 됐다”며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본립도생(本立道生·기본에 충실해야 길이 열린다)’을 강조한 그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목소리 높이고 투쟁하고 싸우는 게 야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대 특검이) 우리 당을 어떤 이유로 고리를 걸어서 직접적으로 (수사를) 한다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지지율이 많이 내려갔다. 보수 지지층도 이탈하는 모습이다. 원인이 무엇인가.


“대선이 끝난 후 한 달도 채 안 됐다. 한 달에서 100일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나 새 정부 정책에 대해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는 시기라 그쪽으로 지지율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다만 대선 패인에 대한 분석과 혁신에 대한 의지가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만큼 보여지진 않았다고 본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 개혁점수는 빵점”이라고 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혁신 과제가 100개라면 (김 전 비대위원장 발언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걸 하면 혁신이 되고, 안 하면 혁신이 안 되는 거라고 두부 자르듯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이 우리 당의 유일한 혁신 과제인가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훨씬 많다.”

―‘윤 전 대통령 함께 간다는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한 자연인이 됐다. 자연인에 대해 계속 단절하라고 하는데, 우리 당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단절하라는 건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 윤 전 대통령과는 한마디로 남남인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체포한다고 할 때는 윤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것보다는 내란죄 수사권 논란, 영장 쇼핑 논란 등 절차적 문제에 대해 법치주의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잘못을 단죄하는 건 좋지만 단죄하는 과정에서 법치주의 정신에 따라서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윤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가 수직적이고,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혁신위가 당내 민주주의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건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쉽지 않다. 우리 당은 계파가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하나가 생기면 그냥 한 180명이 쭉 (같이) 간다. 거기가 당내 민주주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사안별로 다른 목소리가 계속 상존하고 있다. 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히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거로 봐야 한다. 야당은 더 시끄러워야 한다. 내가 볼 땐 우리가 (민주당보다) 훨씬 민주적이다.”

―과거 혁신위는 전권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혁신안을 지도부가 추인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혁신을 어떤 계파, 특정 부류, 어떤 개인에 편향적으로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혁신은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 대화와 소통, 설득이다. 계파는 엄연히 실체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혁신한다고 해서 특정 집단이 다른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린치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한 것도 그런 차원인가.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많은 분을 접촉해 추천도 들었다. 안 의원이 제일 적임자였다.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하지만 당내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면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혁신해야 한다는 입장에선 (안 의원에 대해) ‘별로 뭐가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고, 당내 소위 주류라고 하는 분들에게선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그걸 다 끌고 가야 하는 게 지금 내 숙명이다.”

―송 비대위원장이 생각하는 ‘혁신’은 무엇인가.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서 갈 건지 고민하는 게 혁신 과제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의정 활동이나 당 활동에서 힘을 결집할 때 전체가 다 같이 가야 한다. 대화와 토론으로 논쟁할 때는 치열하게 하지만, 최종 결정된 사안에 대해선 같이 가야 한다. 최근엔 그러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혁신이다.”

―분열을 통합하는 것도 혁신이라는 뜻인가.

“좌파 유튜버들은 자기들이 어젠다를 가지고 뒤에서 민주당을 도와준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것들을 끌고 간다. 우파 유튜버들은 당에 욕을 한다. 옛날엔 좌파는 분열해서 망하고 우파는 부패해서 망한다고 했는데 거꾸로 됐다. 이건 꼭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가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행동으로 보여 드리지 못한 점은 굉장히 송구하다. 다만 큰 배가 한 번에 방향을 180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진통을 겪으면서도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해서 변화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전당대회 룰을 바꿔 민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룰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나. 전당대회 하고 선거할 때마다 룰을 바꾸는 건 안타깝다. 룰 자체에 대해 나한테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한 분도 별로 없었다.”

―혁신위도 룰 논의를 안 하나.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날짜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국민의힘의 노선이나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늘 아침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적었다. 기본에 충실해야 길이 열리고 우리가 살아날 방법이 생긴다는 뜻이다. 자유우파의 기본 철학에 충실해야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겠나. 기본을 튼튼히 해놓고 확장하는 건 그 다음이다. (그동안) 중도를 지향하는 생각을 가지고 확장하다 보니까 우리 컬러나 철학에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하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거 아닐까 싶다.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 헌법이 가진 기본적 가치에 충실하게 법안이나 정책이 가야 한다. 거기에 플러스알파로 중도층, 청년, 4050세대 부분들을 타기팅 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원내대표 취임 후 ‘야당다운 야당’을 많이 강조했다. 민심을 되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그것인가.

“그 역시 근본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우리 당이 지향하는 철학과 비전에 맞춰서 가야 한다. 정책이나 입법에서 협치하는 쪽으로 (여당과) 합의해서 가는 것도 있겠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목소리 높이고 투쟁하고 싸우는 게 야당이다.”

―상법 개정안 입장을 바꾼 이유는….

“경제계에서 안 하면 좋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을 줬다. 두 번째는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서 주주들을 조금 더 우대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고, 우리가 완전히 그걸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만 하고 있다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가는 것보다는 민주당과 경제계의 가운데 선에서 조정하는 것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여당과 합의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이 또 있을까.

“상속세 개편은 조금만 노력하면 합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정기국회까지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는데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논의할 대상으로 인가를 안 해줬다. 이제 민주당도 정권을 잡으니 상속세는 손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문제는 방송 3법이다. 틀 자체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는 거라 동의하기 어렵다.”

―3대 특검 수사가 본격화됐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된 게 없지 않나. 우리 당을 어떤 이유로 고리를 걸어서 직접적으로 (수사를) 한다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는데, 국민들이 볼 때는 ‘특검에 그렇게 반대하더니 그거 봐라. 너희들은 그런 놈들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서 대응하겠다.”

―3대 특검이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나.


“정상적인 당 지도부가 구성됐을 때 입장을 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지금은 전당대회까지 당을 추스르고 혁신 과제들을 발굴해서 대안을 만드는 쪽으로 치중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특검 수사가) 지금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기소가 된 것도 아니지 않나.”

―이재명 정부의 협치 수준을 점수로 평가한다면….


“평가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 점수를 주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 대통령과 여당의 한 달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념적인 색채가 그렇게 강한 것 같지는 않다. 본인은 실용이라고 치장하지만 민주당의 주류도 이념적인 색채가 덜한 분들이 형성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가져간 것은 법원과 검찰을 장악해서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어떤 분들은 조국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내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얘기해 왔던 것이다. 협치나 민생 얘기를 하면서 대외적인 데커레이션일 뿐이고 양보할 생각이 없다. 대화의 상대방인 우리 당을 인정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62)

△1963년 경북 김천 출생
△1985년 29회 행정고시 합격
△2014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015년 기획재정부 2차관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입당
△2018년∼현재 20·21·22대 국회의원(경북 김천)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
△2022년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2024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비상대책위원회#윤석열 전 대통령#당 지지율#혁신 과제#송언석 비대위원장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