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불안으로 마음의 여유 잃은 한국 청년
‘20대 실업률↓’ 착시, 고용환경 개선 안 돼
男 취준-취포생 많고, 女 비정규직 고용돼
청년 취업난 방치하면 결국 사회 부담될 것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요즘 한국 청년들이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동료 중에 일본 명문대에서 가르치다가 한국 명문대로 옮긴 교수도 있고, 반대로 움직인 교수도 있다. 한국인도 있고 일본인도 있는데, 한국 학생들은 왜 그렇게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한다. 이 정도 명문대 학생이면 자신감을 가져도 될 텐데, 듣고 싶은 과목을 폭넓게 듣고 관심 있는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도 하고 책도 읽고 여행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한다. 나도 일본에서 한국인 유학생들을 보며 같은 걸 느낀다. 취업에 대한 염려로 너무 긴장하고 있어 안쓰럽다.
실업률만 보면 한국 20대의 상황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20대 후반(25∼29세) 남성 실업률은 2013년 8.7%에서 2024년 6.2%로 내려왔다. 같은 연령대 여성 실업률은 5.2%에서 5.0%로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실업률을 근거로 청년 고용 환경이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 기간 동안 20대 후반 남성 인구는 10만8000명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는 9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구에 비해 취업자 수 증가가 적은데도 실업률이 감소한 것은 학생, 취업준비생, 취업 포기자 등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진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여성 인구는 5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취업자 수는 14만6000명 증가했다. 이 기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현재 20대 후반 청년만 본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고용률은 높은 반면 실업률은 낮다. 20대 남성이 ‘여성 할당제’ 등에 대해 왜 크게 반발하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들은 동 세대의 여성이 남성에 비해 차별받지 않았다 생각하고, 따라서 여성에 대한 배려를 남성에 대한 차별로 인식한다.
하지만 여성의 고용 환경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20대 후반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통계는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20대 전체(20∼29세) 통계를 보면 여성이 느끼는 취업난도 이해할 수 있다. 2013년과 2024년 사이 20대 남성 정규직은 11만4000명 감소한 반면, 20대 여성 정규직은 19만 명 감소했다. 그런데 같은 연령대의 비정규직은 남성이 19만4000명 증가하는 동안 여성은 26만 명 증가했다.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다지만, 여성의 많은 수가 정규직인 아닌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이다. 20대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0%인 데 비해 20대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5.9%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 청년의 현실이다. 남녀가 대립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뭉쳐야 한다. 2013년과 2024년 사이, 한국의 30∼59세 비정규직 비율은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20대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10.4%포인트, 20대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13.4%포인트 각각 올랐다. 기성세대가 정규직을 차지하고, 20대를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다.
20대 청년에게 이렇게 가혹한 사회는 예를 찾기 쉽지 않다. 같은 기간 일본 20대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28.1%에서 27.5%로, 20대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42%에서 35.4%로 각각 감소했다. 청년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20대 후반 청년 인구는 42만 명 감소했지만 정규직은 48만 명 증가했다. 대신 비정규직과 비취업자가 많이 감소했다.
청년 취업 빙하기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겪은 일본은 청년 취업이 일본 사회 전체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20대에 직업 훈련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독립 생계를 꾸리기 힘든 청년은, 그래서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은 40대, 50대가 돼서도 사회 전체에 부담이 된다. 지금 한국이 그 상황으로 가고 있다. 청년들조차도 그들이 처한 현실의 무게를 정확히는 모른다. 좋은 기업에 취업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 해도 미래가 밝은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내는 세금으로 동 세대의 비취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줘야 한다. 세금과 각종 준조세 부담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청년에게 참 가혹한 사회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청년 취업난 해결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부메랑이 우리 사회 전체에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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