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면 되풀이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청문회 악순환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가 열린 14일 국민의힘은 강선우(여성가족부), 권오을(국가보훈부), 이진숙(교육부), 조현(외교부), 정동영(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싸잡아 “‘무자격 5적’은 청문회에 설 자격조차 없다. 전원 실격”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각각 ‘갑질 장관’, ‘표절 장관’, ‘커피 장관’, ‘도로 투기 장관’, ‘쪼개기 장관’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구태의연한 카더라식 막무가내식 인신공격과 음해, 도를 넘는 국정 발목 잡기”라고 맞받았다.
3년 전 여야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2022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후보자를 향해 “암 덩어리가 되기 전에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도덕성, 청렴성 관련 의혹에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신상 털기”라고 반발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암 덩어리’, ‘쓰레기 갑질’ 같은 거센 막말이 오가면서 협치는 발붙일 곳이 없다. ‘답정너’식으로 무조건 낙마, 무조건 임명의 무한 충돌만 반복될 뿐이다.
그러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청문회장에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강선우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라고 지시했다는 ‘갑질’ 의혹을 제기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와 질의했다. 강 후보자는 말 바꾸기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트북에 ‘갑질왕 OUT’ 팻말을 붙이자 민주당 의원들은 ‘발목잡기 스톱’ 팻말로 맞섰다. 팻말 공방에 가려 여가부 장관으로서 강 후보자가 어떤 정책 비전을 갖고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정권을 쥔 쪽은 인사청문회 때문에 인재를 데려다 쓰기 어렵다고 토로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가족의 신상까지 다 문제 삼기 때문에 능력 있는 분들이 입각을 꺼린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녀가, 부인이 반대해서 능력이 있는데도 장관직을 고사한 사람이 많다. ‘잘 먹고 잘사는데 왜 장관을 하느냐’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는 문재인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도 공통으로 했던 하소연이다.
이번에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무자료 무증인 ‘청문회 무력화’ 전략을 비판하며 자료 제출 의무를 법제화하고 거짓 자료 제출이나 누락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악의적인 신상 털기’를 막자며 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나누는 이원화 방식을 제안했다.
공수가 바뀔 때마다 180도 입장을 바꾸는 ‘집단 기억상실증’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청문회 제도는 손봐야 한다. 하지만 먼저 바뀌어야 할 건 정치권의 태도다. 특히 야당 시절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댔던 여당은 지금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자의 갑질 표절 투기 의혹에 최소한의 책임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국민의 눈높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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