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15일에도 서울구치소의 독방에서 버텼다. 10일 다시 구속된 뒤 특검의 출석 요구에 2차례 불응했고, 특검의 지휘로 구치소 측이 14일부터 이틀 연속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수사에는 응하지 않는 반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수감 환경에 대해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술 더 떠 지지자들은 “독방에 에어컨을 설치해달라”며 구치소에 민원 폭탄을 넣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구치소가 덥고 당뇨로 인해 식사를 적게 하는 탓에 진술할 의욕이 꺾였다”고 주장한다. 피의자를 구속하는 건 출석을 담보해 수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큰 이유인데, 이 정도 사유로 조사 불응이 용인되면 구속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운동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당뇨 약도 못 구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다른 수용자들과 마주치지 않게 배려를 받으면서 운동하도록 하고 있고 약품 반입도 허용했다고 반박했다. 구치소 측이 굳이 윤 전 대통령을 차별 대우해 문제를 만들 이유도 없어 보인다.
▷특검은 구인 실패 이후 “구치소 측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교도관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윤 전 대통령을 끌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특검이 ‘옥중 조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이 구치소를 찾아간다고 해도 조사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윤 전 대통령은 1월 처음 구속 수감됐을 때에도 강제 구인과 옥중 조사를 모두 거부했었다.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한 것은 구속 전 특검에 두 차례 출석한 것뿐이다. 법조계에선 체포나 구속을 피하기 위한 행보였다고 본다.
▷하지만 그때도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 날짜와 시간을 늦춰달라’ ‘비공개로 출석하게 해달라’는 등 절차와 방식을 놓고 특검과 충돌했다. “사생활과 명예 보호”를 명분으로 삼았는데, 정작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개 소환됐을 때 수사를 책임졌던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전 대통령이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진술과 물증이 나온 혐의들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태도가 구속의 필요성을 높여준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26년 검사 경력의 윤 전 대통령이 왜 그랬는지 의아하다.
▷3대 특검에는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내란 특검’은 제2의 계엄 선포 시도 여부, ‘북풍 공작’ 의혹 등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채 상병 특검’이 수사 중인 ‘VIP 격노설’의 종착점도 윤 전 대통령이다. 공천 개입 의혹 등을 맡고 있는 ‘김건희 특검’도 윤 전 대통령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게 많다. 이런 마당에 조사는 완강히 거부한 채 지엽적 절차와 피의자의 권리에만 매달리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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