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굳이 가지 않아도 영화 한 편 볼 가격으로 집에서 한 달 동안 무한대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연간 영화 관객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는 발표가 놀랍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서 봐야 그 묘미가 느껴지는 영화들이 있다. ‘F1 더 무비’가 그런 영화다. 포뮬러1 레이싱 대결을 소재로 하는 이 작품은 실로 레이서가 돼 경기장을 달리는 듯한 실감을 제공한다. 폭발하는 엔진음과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 액션은 극장에서 볼 때 그 느낌이 오롯이 전해진다.
시각과 청각 심지어 촉각을 자극하는 영상만 있을 것 같지만, ‘F1 더 무비’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스토리도 채워 넣었다. 한물간 레이서 취급을 받는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와 재능을 가졌지만 경험이 부족한 신예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가 서로 갈등하다 한 팀으로 묶이는 과정의 스토리가 그것이다. 갈등이 너무 심해 보다 못한 팀의 테크니컬 디렉터 케이트 매케나(케리 콘던)가 포커 게임을 통해 소통의 물꼬를 트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매케나가 “서로에게 건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이라고 이 둘에게 묻자, 헤이스와 피어스는 각각 이렇게 말한다. “꼰대가 되지 말자.” “꼴통이 되지 말자.”
꼰대와 꼴통. 이 대화에서 나온 두 단어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세대 갈등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조금은 극단적인 표현처럼 보이지만 표현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건 그렇게 평행선을 달리듯 소통의 접점이 사라진 세대 갈등의 양상일 게다. 결국 사회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신구 세대가 함께 팀이 돼야 하지 않을까. 좀 부딪치더라도 소통의 자리가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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