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같은 삶… 좋은 여행은 인생의 ‘오아시스’[고영건의 행복 견문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6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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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삶은 늘 어렵고 힘든 것이어서,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사막’에 비유한다. 사막이 오아시스를 필요로 하듯, 우리에게도 오아시스 같은 여행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여행이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여행은 세 가지 측면에서 심리적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좋은 여행은 우리가 ‘휴식’을 취하며 기력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다. 이를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심리적인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인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과는 다르다. 인테리어 잡지에 소개된 잘 꾸며진 집과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집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요한 밤 달빛도 창 앞에 흐르면, 내 푸른 꿈길도 내 잊지 못하리”라는 가사는 심리적인 공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삶에서 이러한 공간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다만, 좋은 여행을 위해서는 이러한 심리적인 공간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둘째, 좋은 여행은 ‘참만남’, 즉 진정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여행에서의 만남은 우리로 하여금 ‘거기 그때(there & then)’의 속박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here & now)’에서의 진짜 경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여행을 통해 위선적이거나 방어적인 태도 없이 누군가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진정성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자기이해 및 대인관계에서의 심리적 성숙함을 기를 수 있다.

셋째, 좋은 여행은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선물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전망할 수 있는 ‘선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게 해준다. 다시 말해 좋은 여행은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여행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일상으로 되돌아올 것을 전제하고서 떠나는 여행이다. 흔히 휴가차 떠나는 여행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일상으로 되돌아올 것을 전제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이다. 단, 되돌아올 것을 전제하지 않는 여행이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무작정 훌쩍 떠나버리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상징적으로 ‘물고기에게 물에 관해 묻는 일’과 유사한 삶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방편(方便)에 해당된다. 산사(山寺) 체험이나 ‘한 달 살기’처럼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해 보는 여행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누구든지 한 번은 되돌아올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여행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말했던 것처럼 사실은 우리가 가장 포기하기 힘들어했던 것이 결국에는 정말 우리가 원했던 것이 아닐 수 있다. 좋은 여행은 우리가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곤 한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영원한 젊음의 샘, 발견이라는 진정한 항해는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데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 즉 수많은 사람들의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것은 그들이 바라보는 수백 개의 우주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좋은 여행은 우리에게 휴식을 위한 심리적 공간, 참만남 그리고 인생의 나침반을 제공함으로써 치유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 사막 같은 삶에서 좋은 여행은 오아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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