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직송 식재료로 빚어냈다… 창원에서 누리는 목포의 맛[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7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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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성산구 ‘목포세발낙지’의 전복낙삼탕. 김도언 소설가
경남 창원시 성산구 ‘목포세발낙지’의 전복낙삼탕. 김도언 소설가
김도언 소설가
김도언 소설가
경상도 음식은 식도락가들에게 늘 야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기름진 평야와 갯벌이 풍성한 호남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에 비해 경상도 음식에 쓰이는 식자재는 투박함과 단조로움을 피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3, 4시간이면 이동과 유통이 가능해진 덕분에 각개의 가풍에 영향을 받는 가정집 음식이라면 모를까, 식당의 음식은 전국이 거의 평준화됐다.

개발시대 산업단지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에 과감히 전남 ‘목포’의 지명을 상호로 쓰는 식당이 있다. 창원시 성산구 대정로의 ‘목포세발낙지’다. 이순을 조금 넘긴 이순남 대표가 20여 년간 정직한 재료와 깊은 손맛으로 지역민들에게 음식을 내는 곳이다.

이 대표는 부산 출신으로 원래 의상실에서 옷을 재단하고 디자인했다. 그런 그가 창원에 자리를 잡은 건 남편의 직장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결혼과 육아로 한동안 가사에 전념하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38세에 식당을 차렸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던 정성 그대로 식재료를 다루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입소문이 나고 손님이 들끓기 시작했다.

식당 운영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재료”라고 힘줘 말했다. 주메뉴에 쓰이는 낙지는 전남 신안, 무안에서 떼어온다. 이 대표의 시누이가 낙지를 대준다고 했다. 그 밖에 전복은 완도, 홍어는 나주에서 직접 산지 직송으로 들여오고, 다른 부식자재 역시 국내산만 고집한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걸 대체하느냐고 물었더니 손수 담근 천연효소와 신선한 해물 및 채소로 낸 육수가 비결이라고 했다.

경남 한복판에 목포세발낙지라니…. 현지인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말해 목포세발낙지를 먹으러 굳이 목포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언젠가 목포에서 온 손님이 이 집 음식을 맛보고 감탄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늘 배우고 실험하는 걸 즐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과 영상 등을 찾아보며 연구한 끝에 완성한 ‘전복낙삼탕’을 비롯해 전복홍어삼합, 산낙지 꼬치, 미더덕수프 등 창의적인 메뉴들이 식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 향토음식 요리경연대회 금상, 창원 음식문화축제 전시요리경연 금상 등의 수상은 그렇게 따낸 결실이다. 뚝심을 갖고 음식을 낸 20년 세월 동안 어느새 수많은 단골이 생겼다. 원기 회복에 좋다는 낙지를 먹으러 암 환우들이 오고, 유년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오던 아이가 성인이 돼 애인을 데리고 찾아오기도 했다.

필자에게 반갑게 다가온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현재 서른넷의 아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식당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경영이 삼박자를 이루는 ‘노포의 사회학’의 실물 견본을 보여주는 집 같다.

참고로 창원시는 2010년 아귀찜의 원조 도시인 마산시와 통합했다. 세발낙지의 도시인 목포 시민들은 그렇다면 아귀찜을 먹기 위해 이곳까지 와야 할까. 목포에도 ‘마산아귀찜’이라는 상호를 단 집이 있어야 공평할 것 같다. 맛과 음식에 정치색은 끼려야 낄 수 없으니까.

#경상도 음식#목포세발낙지#창원시#전남 식재료#국내산 재료#천연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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