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 선거를 통해 총 15석을 확보한 참정당은 일본인들에게도 그리 낯익은 정당은 아니었다. 교사를 하다 정치에 뛰어든 마흔여덟 살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가 창당한 지 5년밖에 안 됐다. 가미야 자신도 3년 전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에 선출된 뒤에야 중앙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가미야는 당시 ‘유대계 국제 금융자본 세력이 코로나 공포를 과장하며 마스크 착용을 호소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쳤다.
▷그렇게 극우 성향의 군소정당에 머물러 왔던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단독으로 법안을 발의할 권한을 갖게 됐다. 참정당의 약진 속에 집권 자민당은 1955년 이후 처음으로 참의원과 중의원(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빼앗겼다. 자민당 독주를 상징하는 ‘55년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세계화가 일본 빈곤의 원인’, ‘외국인들 때문에 일본인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주장도 꺼냈다. 일본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을 외국인들이 빼앗아 간다는 논리였다.
▷참정당의 외국인 관련 주장에는 사실이 아닌 대목도 많았다. 가미야는 유세에서 근거도 없이 ‘외국인들이 뭐든 위조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에 그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소셜미디어엔 ‘외국인이 늘어 치안이 나빠지고 있다’ 등 외국인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낸 글들이 올라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출구조사를 해보니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참정당에 투표했다는 응답자의 42%가 4050세대였다. 오랫동안 취업난에 시달려 와 일본에서 ‘취업 빙하기 세대’ 또는 ‘로스 제네’(잃어버린 세대)라 불리는 세대다.
▷일본 언론은 이들처럼 고물가와 실업, 양극화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은 유권자들이 그 원인을 외국인에게 세금을 쓰는 정부 때문이라고 돌리는 참정당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달에만 쌀값이 100% 폭등했다. 고물가로 실질임금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작 집권 자민당은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염증이 갈수록 커져가는 틈새를 극우 정당이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참정당의 ‘일본인 퍼스트’는 일본판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똑 닮았다. 트럼프는 세계화의 혜택이 외국에 다 돌아가고 있다며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낮아진 백인 중산층과 블루칼라의 분노를 자극했다. 올해 독일 총선에서 반(反)이민 국경 통제를 주장한 극우 정당이 2위를 차지한 이면엔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독일의 망가진 경제가 있었다. 경기 침체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는 이런 자국 우선주의는 외국인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양분 삼아 자라났다. 음모론과 포퓰리즘이 뒤섞인 참정당의 배외주의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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