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몽테스키외 ‘권력분립과 견제’, 민주주의 토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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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기본 원칙은 삼권분립입니다. 이 개념을 처음 체계화한 프랑스 몽테스키외(1689∼1755·사진)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가 말한 권력분립이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입법·행정·사법의 단순한 기능 분리가 아니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샤를 루이 드 세콩다 몽테스키외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입니다. 어머니가 사망하며 일곱 살에 남작 작위와 광대한 영지를 물려받았고, 19세에 법학 학사, 25세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삼촌으로부터 고등법원 판사직과 막대한 재산까지 상속받으며 불과 27세에 권력과 학식, 부를 모두 갖춘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는 1721년 익명으로 발표한 풍자소설 ‘페르시아인의 편지’로 주목받는 지식인이 되었습니다. 프랑스를 여행 중인 페르시아 귀족의 시선을 빌려 절대군주, 무능한 의회, 타락한 성직자 등을 신랄하게 조롱한 이 책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저자가 몽테스키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파리 사교계의 중심인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곧 환멸을 느끼고 파리 사교계를 떠난 그는 유럽 각지를 여행하다 고대 로마의 정치와 법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로마인의 흥망성쇠 원인론’(1734년)을 발표하고 이후 약 15년에 걸쳐 그의 대표작 ‘법의 정신’(1748년)을 완성했습니다. 이 책은 정치 제도, 사회 구조, 문화, 기후 등 다양한 요소가 법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방대한 저술이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건 ‘권력분립’에 관한 이론입니다.

몽테스키외는 고대 로마 역사에서 황제·원로원·평민회라는 세 권력 중 둘이 연합해 하나를 견제할 수 있을 때 국가가 가장 안정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국가의 정치 체제는 다양할 수 있지만, 최소한 세 개의 독립된 권력이 존재하고 둘이 하나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일 때만 안정적인 통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법의 정신’의 핵심입니다.

훗날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이 사상을 헌법에 직접 반영했습니다. 왕과 귀족이 존재하지 않던 미국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권력을 분립하였고, 이러한 구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민주국가의 정치 원리로 확산하였습니다.

7월 17일 제헌절을 보내며 한 프랑스 귀족이 평생을 바쳐 탐구한 권력과 자유의 철학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몽테스키외#삼권분립#권력분립#법의 정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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