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지역에 따뜻한 발걸음을[기고/이철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23시 09분


코멘트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기후 변화로 인해 대규모 자연재해가 지구촌에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폭우와 산사태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나 안타깝다. 우리 경북에는 3월 사상 초유의 초대형 산불이 닥쳤다. 피해 면적은 역대 1, 2위였던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 2022년 울진-삼척(1만6301ha) 산불을 아득히 뛰어넘는 9만9490㏊에 달했다. 산불은 최대 풍속 초속 27m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산과 숲, 과수원, 농장, 가옥을 불태웠고 수천 명의 주민이 좌절했다.

경북은 신속하게 임시 주거시설 2500여 채를 마련해 이재민들을 안전하게 모셨다. 최근 폭우에도 철두철미하게 대비해 산사태를 방지하고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킨 덕분에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산불 피해 지역을 발전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많은 분이 소중한 성금을 보내주셔서 주민들께도 큰 지원과 위로가 된 것에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그런데 큰 재난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불은 순식간에 터전을 태우고 지나갔으나,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립과 심리적 상실감은 수년 동안 지속되는 실정이다. 청송의 주왕산, 영양의 밤하늘, 안동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영덕의 푸른 바다와 대게, 의성의 전통문화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산불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며 지역 상권이 침체하고, 자영업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피해 지역을 돕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관광이 곧 기부입니다”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불난 데 가서 놀면 괜히 미안할 것 같다는 마음을 잘 알지만, 오히려 지금 이 지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런 마음을 이겨내고 ‘와 주는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가족이, 단체관광객이 이 지역을 찾아 한 끼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숙소에 머무는 그 모든 소비가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생계의 숨통을 틔워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냥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소득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게 곧 기부다.

경북도는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방문하실 수 있도록 피해 지역을 안전하게 복구하고 정비했다. 산림 복구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심과 주요 관광지는 모두 정상 운영 중이다. 또한 산불 피해 지역 여행이 최선의 응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숙박 할인 쿠폰 배포, 관광 상품 할인, 단체관광 버스비 지원 등 관광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원봉사와 관광을 결합한 볼런투어(Voluntour) 상품, 기부 여행 프로그램 등 새로운 관광 모델도 제시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은 다시 푸르게 자라고, 일상도 복원될 것이다. 그 시작은 사람의 온기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여러분의 따뜻한 발걸음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 불타버린 숲이 아니라, 그 숲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러 경북을 방문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 이번에 수해 피해가 컸던 경남, 충남 등도 같이 찾아주시면 좋겠다.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격려해 다시 일어서게 하는 ‘회복의 동반자’가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기후변화#자연재해#산불#경북#이재민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