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능동성’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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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능동적 행동은 복잡한 업무 환경에 필수적인 덕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단점도 있다. 능동적 행동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업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지적 비용과 정신적 피로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휴식 시간, 유연한 일정 관리, 명확한 업무 우선순위 지정 등을 통해 정신적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프랑스 EDHEC 비즈니스스쿨 등의 연구진이 최근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업무를 평소 하던 대로 하지 않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할수록 하루가 끝날 때 인지능력이 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직원이 의식적으로 업무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때 정신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었다.

과거에는 보통 직장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면 기업의 효율성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에서 더 많은 의미를 찾아 몰입도와 적응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직원들의 인지적 자원을 소모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은 간과됐다.

실제로 ‘루틴’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정신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누구나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균형을 유지하고, 방향을 바꾸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브레이크를 밟고, 도로의 규칙을 기억하는 등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연습을 할수록 모든 것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업무를 동일한 순서와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마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일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된다. 정신적 노력이 덜 필요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연구진은 업무 능동성, 즉 핵심 업무를 더욱 효율적인 방식으로 수행하려는 개인은 기존 루틴에서 벗어나는 데 따른 정신적 요구를 추가적으로 감당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직장인의 능동적 업무 행동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세 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프랑스 근로자 163명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연구에서는 근로자의 능동성이 높을수록 인지능력 점수가 낮게 나왔다. 이 결과는 고무적이었지만, 낮은 인지능력이 능동적인 업무 행동의 결과인지 아니면 참가자들이 수면 부족 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했기 때문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연구에서는 프랑스 근로자 93명을 대상으로 3∼7일의 근무일 동안 아침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인지능력을 테스트하면서 여러 변수를 통제했다. 이렇게 하루 동안의 인지능력 변화 추이를 살펴봐도 능동성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점의 인지능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근로자 637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에서도 단순히 일상 업무를 완료하는 것보다 능동적인 업무가 더 많은 정신적 노력을 요구했다.

이처럼 능동성은 정신적 피로를 유발해 나중에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능동성은 사람들이 업무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회사에 가치 있는 지식과 새로운 효율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 이점을 살리되 정신적 피로와 과부하로 인한 잘못된 결정으로부터 자신과 팀을 보호하려면 다음의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첫째,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휴식은 정신적 피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업무가 많은 날에 자주 휴식을 취하고, 직원들에게도 이를 권장하거나 요구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스크롤하지 말고 말 그대로 숨 쉴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정신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일정 및 업무 우선순위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가능하면 업무 개선에 따른 정신적 피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 변경의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 프로세스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중요한 업무를 하루 중 이른 시간에 배정하거나, 기존 업무 중 일부를 다른 날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관리자는 유연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은 대체 근무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에게 일정 관리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능동적인 업무 수행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실험을 위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는 실수를 학습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무언가를 테스트하고 있다면 정직한 실수로 인한 결과로부터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명확하게 둬야 한다. 압박감을 줄여야 직원들이 더 편안함을 느끼고, 걱정이 줄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능동성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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