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공직자 핵심 덕목은 품성인데
정청래 김의겸 등 거친 입 공격수들
하나둘 정권 전면으로 나서는 조짐
공격수들 득세하면 정권성공 장애 될 것
이기홍 대기자
‘Character Above All’(캐릭터 어버브 올·‘무엇보다도 품성’).
미국 대통령 10명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한 책의 제목이자 결론이다(번역판 제목은 ‘국민을 살리는 대통령 죽이는 대통령’).
지도자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성 품성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붕괴 과정을 목도한 한국인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결론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다. 정치인 관료 기업인 등 크고 작은 조직을 끌어가는 리더에게 품성만큼 중요한 자질은 없다.
품성은 후보 시절 이재명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두 차례의 대선에서 국민 절반이 이재명 후보를 거부하며 꺼림칙해했던 대목이 품성이었다. 개인 과거사에 겹쳐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의 거친 행태, 후보 주변 인사들의 상스럽고 무책임한 언행이 오버랩되면서 인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 것이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있으나 한편에선 공격적이고 입이 험한 성향의 인사들이 전면으로 나서려는 조짐이다.
여당 대표 경선에 나선 정청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거친 언행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대표 출마 포부도 “싸움은 내가”다. 협치와 대화에 앞장서야 할 여당 대표 자리의 미션을 거꾸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처음 배울 때부터 그렇게 내면화됐는지 포털사이트에 정리된 ‘정청래/비판 및 논란’을 보면 그의 막말 논란 리스트는 제목만 다 읽으려 해도 눈이 아플 만큼 길다.
그런 정청래의 이미지가 이 대통령에 겹쳐 국민에게 비쳐진 게 2023년 6월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였다. “땅!땅!땅!~땅파세요!”라고 연신 고함치는 정청래 바로 옆에 앉은 이재명 대표는 말리는 대신 연신 미소만 짓는 모습이었다.
차관급 새만금개발청장에 임명된 김의겸 전 의원도 설화(舌禍) 리스트가 길기로는 빠지지 않는다. 21대 국회 입성 이후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남국 전 의원도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복귀했다.
입이 거칠거나 공격적이었던 민주당 및 좌파 진영 인사들을 꼽으라면 한결같이 메달권에 들 인사들이다. 그들의 이력에 따라다니는 긴 논란 리스트는 그만큼 경박하고 공격적이고 무책임하며 독선적인 언행의 결과물이다. 강선우 논란도 핵심은 품성이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품성이 고약한 사람들이 있지만, 최근 수년간 민주당과 좌파 진영은 그런 이들의 인력풀(Pool)이 유난히 크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이 곤경에 몰리는 상황이 잦았던 만큼 앞장서서 방패막이가 되어준 강경파들, 백척간두에서 삭풍소리에 시달리던 귀에 달콤한 아부를 들려줬던 이들이 양산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공격수가 유용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일선 행동대원의 어깨에 그릇(캐퍼시티)보다 넘치는 권력의 견장(肩章)을 달아주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청래는 국회 법사위원장이 된 직후인 지난해 6월 청문회에서 전직 국방장관과 현역 장성 등 증인들을 학생 벌주듯 복도로 내쫓았다. 골수 좌파 지지자들은 박수를 쳤겠지만, 윤석열 김건희 부부에게 극심한 환멸을 느껴 국힘 지지를 철회한 수십만 온건 보수 중도 시민들로 하여금 “역시 민주당은 안 돼”라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국힘 쪽을 바라보게 하는 역효과를 발휘했다.
입이 험한 강경파들의 권력 진출이 많아지면 이 대통령이 계획하는 중도 확장에 찬물을 끼얹을 사건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강성 팬덤 조직도 정리해야 한다. 노사모 이후 여러 지지모임이 있어 왔지만 이재명 대표 시절 개딸들의 행태는 일반 국민에게 매우 부정적으로 비쳐졌고,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금의 민주당 이미지는 과거 정통 야당과 너무도 다르다. YS DJ 시절엔 대(對)정부 투쟁은 강력히 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진보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 시절이라고 인성 낙제점 인사들이 없었겠냐마는 당의 최고 실력자, 어른들이 이를 통제했다. 하지만 튀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이끌어낼수록 텃밭 공천 가능성이 커지는 환경이 갈수록 심화된 탓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 취임초 지지율이 60%를 넘은 것은 조심해서 인사하고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위성락 정성호 강훈식 같은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는 인사들의 중용이 지지율 상승에 결정적 몫을 했다. 그러다 강선우 이진숙 등 몇 명 잘못 고르니까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타협과 중용(中庸)의 미덕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 중용(重用)되면 정권이 품격과 거리가 멀어지고, 민주주의 건강성 지수는 점점 타락하게 된다. 정권 획득을 위해 질주하던 시기 진영 전체로는 거친 공격수가 필요했을지 몰라도 대통령 핵심 참모, 장차관으로선 배제해야 한다. 정치는 적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는 예술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을 ‘주머니 속의 송곳이 드러나듯 인재는 결국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원래의 뜻과 다르게 원용하면, 모난 인성은 주머니 속 송곳이나 오물처럼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선거나 경선 때 아무리 넥타이 매고 점잖은 척해도 결국은 본성대로 가게 된다.
바로 앞사람이 품성 때문에 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 초 대미·대일 관계를 잘하고 원전 수출 등 실적을 냈는데도 왜 지지율이 곧 20%대로 떨어져서 바닥을 헤맸는지 생각해 보라. 오만한 태도로 큰소리치고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화를 내고, 본인이나 부인을 향한 비판과 충고에 귀를 닫은 채 강성 유튜브만 탐닉하다 결국 참담한 결말을 빚었다.
만에 하나 이 정권에서 막말과 공격 성향의 인사들이 득세하는 현상이 극심해져 국민이 ‘유유상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대한민국으로서는 큰 불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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