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친구와의 재회를 빌려 늙음과 세월의 속절없음을 조곤조곤 짚어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시인은 뜨거운 포옹 대신 묵직한 한숨부터 터져 나온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친구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늙어감을 슬쩍 들여다보게 됐기 때문일 터. ‘비탄에 잠긴 채 손을 맞잡은 지금’이라는 대목은 마치 인생의 해 질 녘에 선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려놓은 듯하다. 꽃이 지고, 해가 기울고, 사람도 어느덧 황혼 무렵…. 시인은 말한다. ‘오늘 밤은 여한 없이 한껏 취해보세.’ 돈독한 우정이기도 하면서 그것은 마치 덧없는 삶을 위로하려는 안간힘이자, 무심한 세월을 향한 조용한 반격인 듯도 하다.
이 시는 2수로 된 연작시이다. 제2수에서 시인은 조용히 고백한다. ‘남의 비위 맞추느라 포부는 사라지고, 세상 풍속 좇느라 진심 또한 변질되었노라.’ 통음의 밤을 지나며 두 친구는 인생무상의 허무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애써 지켜오려 했던 가치마저 흐릿해져 버린 회한을 나누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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