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역량 증폭기’, 불평등 심화될 우려 커
‘AI 활용능력=시민 기본역량’ 간주해 키워야
공교육 부족하고, 부모 지위-학교별 격차 커
미래 내다본 교과 개편, 교사 양성 서둘러야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우리 사회에 ‘지적 균형추’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AI 활용 여부가 개인 간의 능력 및 생산성 격차로 이어지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디바이드(Divide·격차)’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원래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는 AI 도구를 활용할 때 그 능력을 훨씬 더 크게 증폭시킬 수 있다. 생성형 AI를 역량 증폭기라고 본다면, 원래 10 정도의 역량 차이가 있던 두 사람이 AI 도구를 사용할 경우 각자 10배씩 역량이 증폭된다. 이 경우 둘의 역량 차이는 무려 100만큼 벌어진다. 게다가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역량은 그대로일 것이다. 이에 따라 AI로 인한 격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게 된다. 이는 코딩과 글쓰기, 투자 결정 같은 지능 집약적인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생성형 AI가 개인마다 다른 효과를 내는 이유는 각 개인이 AI에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만 지시를 내리고, 그 결과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성을 가진 숙련된 작업자가 더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일상, 산업,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AI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이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례로, 마케팅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창의적인 광고 문구와 이미지를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전문가는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그 시간에 자신의 분야를 확장시켜 뛰어난 성과를 낸다. 이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의 일자리는 AI 자체보다도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빼앗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AI를 적극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AI를 잘 다루고 자신의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은 각자 알아서 키우도록 놔둘 문제가 아니다. AI 기반 사회에서 건강한 시민, 건강한 직업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 역량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개인 간 역량 격차가 소득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지고, 결국은 사회의 건전성과 국가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시급한 이유다.
AI 활용 역량을 키우는 일은 초중고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 응답자의 83.7%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AI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은 적어 비판적 사고, 출처 확인 및 적절한 활용 능력 또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윤리적 문제를 가진 생성형 AI에 대한 적절한 교육 없이 사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각종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놀랍게도 학생들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사용 경험, 비판적 사고, 활용 능력 등에서 크게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2021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의 정보(컴퓨터, 소프트웨어, AI) 교육 시간은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6년간 통틀어 17시간(2025년부터는 34시간)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의 사립초교에서는 같은 기간 152시간을 배워 그 차이가 거의 9배에 달했다. 공교육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다면 사회경제적 지위와 지역, 학교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학교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가교육과정은 전체 수업시수(時數)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새로운 교육을 위한 시간을 별도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는 3년 동안 전체 수업 중 2% 정도에 불과한 시간만이 배정돼 있다. 더욱이 고교에서는 정보 과목이 선택과목이라 관련 수업을 접하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국가교육과정은 대략 7년마다 개정되다 보니 새로운 변화를 반영하는 데 더디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는 현재 교과서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 교육 시간을 확보한다고 해도 지역별로 교육 인프라와 교사의 수급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AI 디바이드 해결은 ‘AI 3대 강국’을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과제다. 정부는 현재 AI 의무 교육과정 강화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교사 양성과 배치, 국가교육과정 및 교과서 체계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도 빠르고 구체적으로 실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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