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7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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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골키퍼 왕달레이가 지난해 11월 19일 중국 샤먼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 C조 6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실점한 뒤 누워 있다. 일본이 3-1로 이겼다. 
샤먼=신화 뉴시스
중국 골키퍼 왕달레이가 지난해 11월 19일 중국 샤먼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 C조 6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실점한 뒤 누워 있다. 일본이 3-1로 이겼다. 샤먼=신화 뉴시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뒤 새 대표팀 감독을 찾고 있다. 최강희 산둥 타이산 감독 등 한국 감독들도 그 후보로 언론에 오르내린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고 아시아 지역에 배정된 본선 티켓도 기존 4.5장에서 8.5장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음에도 중국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중국 축구는 기대와 달리 왜 슈퍼 파워가 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나오고 있다.

흔히들 중국은 14억 인구에서 유능한 선수를 얼마든지 뽑아 낼 수 있기에 곧 축구 강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 축구 저변은 넓지 않다. 중국 축구의 허약함은 여기서 비롯된다.

중국 축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 선수는 53만9000명이다. 이는 영국 130만 명, 이탈리아 140만 명, 일본 83만 명에 비해 적다. 한국의 20만 명보다도 크게 많지는 않다. 특히 인구 비율로 본다면 중국 선수는 14억 인구의 0.04%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2.4%, 영국 1.9%, 일본 0.7%, 한국 0.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 수치는 중국인 중에서 축구선수가 되려는 이가 매우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7년 중국 축구선수를 71만 명으로 추정했던 것에 비하면 중국 축구선수는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었다. 그 하나가 지금은 폐지됐지만 오랫동안 유지됐던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과열된 교육열이다. 중국에서는 하나뿐인 자녀를 운동보다 공부로 성공시키려는 열망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공부를 통해 성공하는 쪽이 선택의 폭이 넓고 안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입시 공부에 올인하다시피 한다. 일찍부터 축구를 시키려는 부모가 적었다. 그리고 중국 전역으로 따지면 아직도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고, 따라서 축구를 배우거나 익힐 기회도 적다는 것이다. 그 결과 축구를 배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크다. 게다가 학교 체육마저 입시 교육에 밀려 홀대받고 특히 축구의 경우는 부상 등의 우려로 더욱 기피되었다는 것이다. 재능 있는 이들도 꾸준히 축구를 배우기 힘든 구조다.

이는 중국 내에서 전반적으로 축구에 대한 실질 참여도가 낮게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동네 뒷골목 어디서건 축구를 즐기는 남미나 고도의 축구 인프라 및 육성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유럽 등 축구 강국들의 공통점은 축구 활동에 대한 국민 참여 열망이 강하고 축구의 사회적 위상도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축구계 전체에 강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심리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중국 축구 팬들의 극렬한 모습은 표면적일 뿐이다.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중국 축구의 고질적인 부정부패다. 지난해 12월 징역 20년 형을 받은 리톄 전 중국 대표팀 감독은 승부 조작에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감독이 되기 위해 뇌물을 건네고, 감독이 된 뒤에는 돈을 받고 선수를 뽑았다. 그가 주고받은 뇌물이 235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가 이를 두고 “관례에 따랐다”고 한 것은 중국 축구계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축구의 승부 조작 및 부정부패는 오래전부터 터져 나왔다. 만연된 부패가 척결되지 않고 있는데 제대로 된 경쟁이나 혁신이 있을 리 없다.

축구계가 엄정하지 못하니 일선 선수들의 태도도 좋지 못하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축구계 인사로부터 선수들이 훈련보다 소위 ‘관시(關係)’라고 하는 인맥 관리에 치중하느라 술자리를 자주 갖고 담배까지 피우는 등 몸 관리에 소홀하고 규율이 엉망이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중국 축구는 행정의 무능, 고질적인 부패, 이로 인한 축구 수준의 저하를 겪고 있다. 이는 또다시 질 낮은 축구 교육으로 이어지고 창의성 부족, 전술적 이해도 저하 및 전반적인 규율의 느슨함과 타락 등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여기에 입시 위주의 사회 분위기 등이 결합되어 유소년 및 청소년 축구가 위축되며 미래도 불투명하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한때 위로부터의 축구 개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중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아래로부터의 풀뿌리 축구 문화 확산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축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축구#2026 북중미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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