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이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10조3254억 원이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융회사들이 예금금리만 내리고 대출금리는 낮추지 않아 이익이 급증한 것이다.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정부의 압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사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상반기 중 이자로 거둬들인 수입은 전체 수입의 75%인 21조1000억 원이나 됐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금융사들의 예대마진이 줄어든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4차례 금리를 내렸는데도 금융사들은 대출금리에 금리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늘리지 말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신속하게 낮춰 지난해 하반기 0.5%포인트 안팎이던 주요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최근 1%포인트 중반까지 확대됐다.
정부가 디딤돌·버팀목 대출 같은 정책성 대출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늘린 탓에 금융회사들의 이자 수익은 더 커졌다. 정부에서 대출액의 80, 90%를 보증해주니 떼일 걱정 없이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와 이자를 또박또박 챙긴 것이다. 정책대출이 필요하다지만 상반기에 늘어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60%가량이 이런 정책성 대출로 정부가 돈을 대신 벌어준 셈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을 배당, 자사주 소각 등에 사용한다. 연말 성과급 잔치와 임금 인상도 반복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먹고살기 힘든 와중에 이자 부담은 줄지 않은 서민과 자영업자가 금융회사들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금융회사들을 향해 “손쉬운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달라”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도 뒤늦게 금융권에 미래산업·벤처·자본시장 등 3대 분야 투자를 요청하기로 했다. 국민도 관치(官治)의 우산 아래 안주하며 쉬운 이익 내기에 매달리는 금융지주사들의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