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은 통일교 전직 간부 윤모 씨가 건진법사 전모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하려던 그라프 목걸이, 샤넬 가방 2개의 행방을 쫓던 중이었다. 통일교의 각종 현안 청탁 의혹을 입증할 핵심 물증이지만 전 씨는 줄곧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그 실물을 찾기 위해 김 여사의 서울 서초구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가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물건을 확보했다. 김 여사 오빠의 처가에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발견한 것이다.
▷김 여사는 나토 순방 당시 70여 개 다이아가 촘촘히 박힌 6000만 원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착용했다. 당시 재산 신고 목록에서 빠졌다는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에선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최근 김 여사 측은 “해외에서 모조품을 샀다”고 말을 바꿨다. 공직선거법상 500만 원이 넘는 보석류는 신고해야 하는데 그보다 싼 짝퉁이라는 얘기다. 특검이 이 목걸이에 대해 진품 여부를 검증한다고 한다. 진품이면 김 여사가 거짓말을 한 것이고, 짝퉁이면 불법이니 이런 국제적 망신이 없다.
▷역시 6000만 원 상당인 그라프 목걸이가 물밑에서 등장하는데, 나토 순방 직후였다. 통일교 전직 간부 윤 씨가 “앞으로는 빌려서 하지 마시라”며 비슷한 가격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 씨에게 건넨 것이다. 그해 4∼7월 윤 씨가 김 여사 선물로 그라프 목걸이와 함께 샤넬 백 2개를 전달한 건 윤 씨도, 전 씨도 인정했다. 그런데 목걸이도, 가방도, 신발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윤 씨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김 여사가 목걸이를 착용하지 않자 전 씨에게 반환을 요구하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전 씨는 “잃어버렸다”며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샤넬백 2개는 김 여사를 지근거리서 보좌했던 유모 씨가 웃돈 300만 원을 주고 샤넬백 3개와 신발 1개로 교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웃돈은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의혹을 받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아내가 냈다. 모든 정황이 김 여사를 가리킨다. 특검이 김 여사 서초동 자택 신발장에서 샤넬 신발을 12켤레 발견했는데, 발 크기가 260mm였다. 유 씨가 교환한 크기 250mm와는 달랐다. 샤넬백의 행방도 아직 모른다.
▷그만한 고가의 선물 전달 과정에서 ‘배달 사고’ ‘도난 사고’도 아닌 ‘분실 사고’를 냈다니 신빙성이 한참 떨어진다. 이번에 김 여사 오빠네 처가에서 들고 나온 특검 압수물에는 고가의 보석이 여럿 포함됐다고 하니 이런 숨바꼭질이 곧 끝날지도 모르겠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그 권력을 남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데 대한 분명한 단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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