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지수가 1일 일제히 4% 가까이 급락했다. 그동안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기업 실적 악화에도 정부·여당의 주가 부양 기대감에 힘입어 3,2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12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협상 결과 또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도 주식시장은 주저앉은 것이다. 이는 과거 윤석열 정부가 완화했던 주식 관련 세금을 대거 원상 복구한 세제 개편안의 영향이 크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0.15%인 증권거래세율을 내년부터 0.2%로 올리기로 했다. 최근 5년간 꾸준히 하락해 왔던 증권거래세가 2023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수익과 상관없이 모든 거래에 부과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도 종목당 보유액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다시 낮아져 과세 대상이 늘어난다. 연말마다 세금을 피하려는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아 치워 증시 변동성을 높이고 소액 투자자가 손해 보는 일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주주 기준이 10억 원이던 2022년, 과세 기준일 하루에만 1조5000억 원 넘는 개인 순매도 물량이 쏟아진 바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정부·여당이 내건 ‘코스피 5,000’ 공약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배당소득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새로 도입하면서도 세율을 당초 거론했던 것보다 훨씬 높이고 적용 요건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신설 과세를 두고 ‘부자 감세’ 논란이 일자 후퇴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강행했다. 그래 놓고 소액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주식 투자를 위축시킬 소지가 다분한 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여당 내부에서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주식을 가졌다고 대주주 세금을 물리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겠나. 이쯤 되면 주가 부양 의지가 진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힘겹게 반등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증세를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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