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여성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외면 받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7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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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라고 권하지만, 모든 신고가 실제 시정 조치로 이어지진 않는다. ‘무엇’을 신고했는지만큼이나 ‘누가’ 신고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여성이 제기한 신고는 같은 내용을 남성이 신고했을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팀 쿤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교수 등이 최근 미국 정부기관에 기록된 수천 건의 직장 내 신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신고는 남성의 신고보다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고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한 경우 이런 차이가 가장 두드러졌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사례에서 이런 증거 부족이 자주 발생했다.

여성의 신고가 과소평가되는 이유는 신고에 명확한 증거가 부족할 경우 의사결정자들이 신고 내용보다 신고자의 신뢰도에 대한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여성은 감정적이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성별에 관한 오랜 고정관념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 연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에서 2000명 이상의 직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이 제기한 신고는 시정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낮았다. 연구진은 통제된 환경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고자의 성별만 다르고 나머지 내용은 완전히 똑같은 음성 녹음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해 실험에 사용했다. 이 경우에도 참가자들은 같은 문제 행위의 내용을 듣고도 남성이 한 신고보다 여성이 한 신고의 신뢰도를 더 낮게 평가했다.

많은 기업은 이런 문제를 신고하는 공식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할 때는 이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이 익명 신고 전화 같은 시스템보다 직접 상사에게 문제를 알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신고가 조치로 이어지고, 어떤 신고가 조용히 묻히는지를 결정하는 데 비공식적인 절차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비공식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좀 더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먼저 신고 접수자와 평가자를 분리해야 한다.

모든 괴롭힘 행위에 대한 신고는 관리자의 개인적인 판단과 관계없이 반드시 이를 담당하는 중앙의 전문 전담 부서로 전달돼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운영하는 플랫폼 ‘스픽업’은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력으로 운영된다. 초기 단계에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한 신고까지 포함해 위법 행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신고 접수 단계와 평가 단계를 분리해야 추측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둘째, 신고 평가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 모든 괴롭힘 또는 위법 행위 신고를 일관되고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름, 성별, 직책 등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조치는 신고자에 대한 선입견이 개입되는 것을 줄이고, 익명 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모든 신고는 반드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누가 신고했는지, 얼마나 많은 증거가 첨부됐는지와 관계없이 모든 신고에 대해 공식적이고 기록에 남는 방식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대안적인 신고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즉, 직원들이 오직 자신의 상사에게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아야 한다. 여러 갈래의 안전한 신고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식적인 내부 고발 핫라인 같은 ‘사후 반응형 채널’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우려를 능동적으로 수집하는 설문조사 등 ‘사전 대응형 채널’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고 이후에도 신고자를 지원하는 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신고자가 초기 신고 이후에도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고, 비슷한 상황을 목격한 다른 직원들도 관련 정보를 쉽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플랫폼은 지금도 신고 후에 정보를 추가하거나 조사 담당자와 익명으로 채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는 권력 남용, 부당한 대우, 기타 구조적인 회사의 문제들을 알리는 신호다. 그런데 이런 신호가 비공식적인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경우 조직이 해결하려 했던 불평등이 되풀이될 위험이 있다. 리더들은 누가 신고했든 관계없이 모든 신고가 진지하게 다뤄지도록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평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여성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외면 받는 이유’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기업#여성#직장 내 괴롭힘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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