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인문학으로 세상 읽기]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중꺾마’를 보여줬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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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대표작 ‘노인과 바다’ 속
매일 바다에 나가는 주인공 모습서
직장-학교 가는 현대인 겹쳐 보여
힘든 일 겪어도 스스로를 응원하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위 사진)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스크린에 옮긴 존 스터지스 감독의 1958년 영화 ‘노인과 바다’.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다. 사진 출처 IMDb·노벨재단 홈페이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위 사진)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스크린에 옮긴 존 스터지스 감독의 1958년 영화 ‘노인과 바다’.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다. 사진 출처 IMDb·노벨재단 홈페이지
매일 힘겹게 살아가지만, 시간은 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가고, 손을 펴 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계속된 실패에서도 인간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요?

소설 ‘노인과 바다’는 그레고리오 푸엔테스라는 어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입니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한때 힘 좋던 어부였지요.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며 팔씨름에 이겨서 ‘챔피언’이라 불렸던 사람이에요. 그는 이제 노인이 되어 작은 배를 끌고 살아가고 있어요. 게다가 84일째 물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그의 운이 다했다며 수군거립니다.

● “또 한번 시도해 보자”라는 힘

그에게는 그를 사랑하고 신념을 공유하는 소년 마놀린이 있습니다. 발꿈치 부상을 딛고 멋지게 승부를 겨루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 조 디마지오를 닮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어요. 조 디마지오와 소년은 힘든 순간마다 그가 떠올리는 대상입니다. 노인은 이런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85일째 새벽 배를 끌고 나가면서 ‘미풍이 불어올 때처럼 희망과 자신감이 새롭게 솟구치고 있었다’는 노인의 모습은 숭고해 보입니다. 매일 실패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바다에 나가는 노인의 모습에서 힘들어도 직장에, 학교에, 학원에 가고, 밥을 하고, 가족을 챙기며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노인은 끔찍하게 싫어하는 게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건강을 생각하며 상어의 간유를 한 잔씩 마시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죠. 이 두 개를 정말 싫어하면서도 매일 했어요. 왜냐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니 빈틈없이 준비해서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지요. 노인의 이런 모습은 루틴을 지키려고 애쓰는 현대인들과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던 그에게 청새치 한 마리가 걸려듭니다. 미끼를 끌어당기지 않고, 그저 물고 더 깊은 바다로 유영하는 청새치에게 끌려 깊은 바다로 나가면서, 그는 팽팽한 낚싯줄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굳어가는 손과 뻣뻣해지는 등의 고통을 참아내면서요. ‘난 녀석에게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참고 견뎌낼 수 있는지 보여줘야겠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혼잣말합니다. “이보게, 늙은이. 자네나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시지, 이 늙은이야. 침착하게 기운을 내란 말이야.”

힘든 일을 겪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스스로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노인처럼 “이봐. 자신감을 가져. 침착해. 기운을 내”라고 진심으로 말해 보아야 합니다. 노인은 “시도해 봐야지, 다시 한번 시도해 봐야지, 또 한번 시도해 보자”라고 말하며 힘든 몸싸움을 벌이고, 끝내 작살로 청새치를 찌르며 잡습니다.

● 헤밍웨이로 읽는 삶에 대한 긍정

이 소설의 매력은 그다음에 펼쳐집니다.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자각을 하기 위해 줄곧 물고기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곧바로 상어 떼의 습격을 받습니다. 청새치 고기를 뜯어 먹는 상어를 물리치면서 그는 말합니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그리고 유명한 문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상어 떼는 물리치면 또 나타나고, 물리치면 이내 다른 상어 떼들이 몰려옵니다. 노인은 “이제 난 상어 놈들에게 완전히 지고 말았구나”라고 말하면서도 “내게 노와 짤막한 몽둥이와 키 손잡이가 있는 한 끝까지 싸워 볼 테다”라며 의욕을 보여요. 그렇지만 결국 청새치의 살점이 모두 뜯기고 싸움이 끝납니다. 모든 의욕이 다 사라질 즈음에 그는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밤 10시쯤 아바나시의 불빛이 그의 눈에 어렴풋이 들어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아끼는 소년의 품에 노곤한 몸을 누이고 잠이 듭니다. 그리고 소년은 노인에게 지지 않았다며 이제 같이 항해를 나가자고 합니다.

소설은 ‘허무를 넘어 빛으로, 삶에 대한 긍정으로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남은 고기 뼈가 쓰레기로 보이겠지만, 노인의 마음에는 또 다른 것들이 남았겠지요. 그게 무엇인지 각자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바다에서 무엇을 잡고, 잃고, 갖고, 싸우고, 돌아오고 있나요. 어떤 신념을 누구와 나누고 계신가요.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항해하시기를 빕니다. 존엄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노인과 바다#헤밍웨이#중꺾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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