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축구 선수 손흥민(33)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LA) FC 선수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불과 일주일 전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렀다.
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는 그야말로 ‘손흥민의, 손흥민에 의한, 손흥민을 위한’ 경기였다. 손흥민은 후반전 도중 교체돼 나갈 때 양 팀 선수들로부터 ‘경의의 도열(guard of honour)’을 받았다. 동료들은 그를 상징하는 ‘찰칵 세리머니’로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띈 것은 팬들의 모습이었다. 성별과 나이를 넘어 그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절절한 몸짓, 마음을 담은 손글씨 응원판까지…. 손흥민을 향한 애정이 와닿았다.
스포츠 팀과 팬의 심리에 관한 대표적 연구로 1976년에 발표된 ‘타인의 영광에 편승하기’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경기에서 이긴 대학의 학생들은 다음 날 학교 로고가 새겨진 옷을 유난히 많이 입고 다니고,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반면 ‘타인의 실패와 거리 두기’(1986년) 연구에 의하면 패배한 팀의 팬들은 분노와 우울감, 적대감을 많이 표출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보다는 ‘그들’(선수들)이 졌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스포츠 팬이 자신과 팀을 하나로 보는 ‘팀 동일시론’, 구단과 공동으로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팬 참여론’ 등 스포츠 팬의 행동에 관한 연구는 다양하다. 특히 결과가 두려워 미리 경기와 거리를 두는 ‘미래의 실패 차단하기’ 현상은 축구 국가대표전을 앞두고 매번 경기 시청을 포기하셨던 필자의 모친 같은 분을 설명하기에 적절하다. 어머니는 늘 “질까 봐 무서워 못 보겠다”고 하셨다. 물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포츠 팬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경기 결과에 단순하게 반응하지 않고 훨씬 더 복잡 미묘한 존재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좋아하는, 특정 시기의 유행가가 따로 있다. 현재 인기 있는 노래보다는 자기 인생의 특정 시점에 많이 듣던 유행가 말이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이란 순수했던 낭만의 시절일 수도, 자기만의 화양연화일 수도, 춥고 배고팠지만 희망찼던 시절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자신에게 특별히 위안을 주는 노래가 있다. 내 마음속의 스타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의 팬들도 그럴 것이다. 그가 토트넘에서 활약하던 시기에 누구는 힘든 입시와 입사 시험을 치렀을 것이고, 또 누구는 이직과 퇴직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또 다른 누군가는 이별과 개인적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인생의 파도를 넘을 때 손흥민이라는 축구 선수가 함께했다. 손흥민이 토트넘 시대를 열었을 때 육아를 시작한 아빠는 어느덧 열 살 된 아들과 이제는 운동장에서 공을 찰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손흥민을 생각할 때 가장 밑바닥에 깔린 마음은 이것 아닐까. “그대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