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도 있다는 뜻이다. 여럿이 함께 일하는 도배 작업은 누군가 팀에 들어오고 나가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나도 제법 오래 일했던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떠나오기도 했고, 속해 있던 팀에서 독립해 나오기도 하는 등 스스로 이별을 선택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가 사람을 불러 모아 작업을 맡기는 위치가 되다 보니 그들이 나를 떠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우리 팀은 또래들이 모여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팀원들 모두 직원보다는 친구에 가까웠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 전날의 저녁 메뉴는 무엇이었는지, 내일은 어떤 작업복을 입고 올 것인지 등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최근 우리 팀을 떠나는 일이 생겼다. 아직은 부족한 내 리더십과 운영 방식 때문인지,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긴 건지, 아니면 그들의 섣부른 욕심 탓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팀원들을 해고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선택과는 무관하게 헤어지는 경험을 하니 처음에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1년도 넘게 거의 매일 일을 같이 하던 친구들에게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두겠다는 연락을 받으니, 마치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듯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들은 이미 결정해서 내게 통보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설득할 수 없었고, 기간이 명시된 계약으로 묶인 사이도 아니라 붙잡을 명분도 없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후회도 되고 괘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엉켜서 출근해서도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복잡한 감정과 생각에 시달리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일은 이미 내 손을 떠나갔다. 내가 선택한 상황도 아니고, 내 노력으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벌어진 일에서 벗어나 앞으로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내 부족함을 알고도 남아서 함께 일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그들의 고충을 헤아려 더 나은 팀을 만들어 가야겠다. 그다음으로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때로는 헤어지면서 좁은 우물 안에서 나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늘 함께 하던 사람들과 편한 마음으로 일하는 것도 좋지만 낯선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호흡을 맞추는 일에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떠난 친구들에게 내가 부족했다면 반성의 계기로 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이 부족했다면 더 나은 사람들을 내 곁에 두며 본받기로 했다.
거자필반(去者必返), 회자정리와는 반대로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아마 떠난 그 사람이 그대로 돌아온다는 뜻은 아닐지도 모른다. 떠나간 빈자리를 채워주는 새로운 사람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나저나 왜 꼭 배움은 고통을 통해 오는 것일까. 기쁘고 즐겁게 배울 수는 없는 걸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