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지자’ 서울 집값… ‘부실 통계’가 시장 흔들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7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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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계만 봐선 서울 집값이 안정화되고 있는지, 다시 들썩이는지 종잡을 수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6·27 대출 규제가 발표된 6월 넷째 주 이후 상승 폭이 줄었지만, 이달 첫째 주에 상승세가 커졌다가 한 주 만에 다시 오름세가 둔화됐다. 대출 규제 이후 주택 거래량이 90% 급감해 일부 거래가 전체 통계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집값이 ‘갈지(之)자’처럼 흔들리고 있다. 부실한 통계가 불러온 착시다.

정부의 부동산 통계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돼 왔다. 특히 일주일마다 발표되는 주간 통계가 문제로 지적된다. 주식처럼 빈번히 거래되지 않는 부동산의 가격 변동을 매주 측정하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다. 거래가 적을 때는 한두 건의 이상거래가 통계를 왜곡할 수 있다. 실거래 가격이 없으면 호가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조사원의 주관이 강하게 개입된다는 점도 문제다.

실거래가에도 함정이 있다. 계약 시점에 거래를 신고하기 때문에 전 고점을 넘는 높은 가격으로 신고한 뒤 등기를 하지 않고 취소하는 식으로 집값을 띄우는 허위 신고가 빈번하다. 가격 순으로 가운데 있는 중위가격 대신 평균값을 반영하다 보니 초고가, 초저가 주택의 거래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문제도 있다.

부동산 통계가 부실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장을 오판해 잘못된 정책을 내놓을 위험이 커진다. 올해 2월 서울시는 집값이 하향 안정화됐다며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깜짝 해제했다. 주간 시황이 4주 연속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해제 직후 강남권은 물론 서울 전역 집값이 크게 들썩였고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해제를 번복해야 했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0, 2021년에는 정부가 현실보다 상승률이 낮은 부동산 통계를 근거로 “집값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부동산 등기를 마친 실거래 가격을 근거로 해 월간 단위로 집계한다. 부동산 시세를 호가에 기반해 주식 시세표 보듯 들여다보는 나라는 한국 이외에는 없다. 정부와 시장 모두 단기 가격 변화에 민감해져 정부 대책은 조급해지고 부동산 시장은 투기화된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부동산 통계의 품질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통계#서울 집값#대출 규제#주택 거래량#실거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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