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비극 속 연대 손길, 인도주의를 말하다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8월 19일 09시 47분


코멘트
8월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로, 인도주의적 사명을 다하다 희생된 활동가와 시민을 기리는 날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굿네이버스는 1993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난민 대상 긴급구호 활동을 시작한 이후, 자연재해 피해 지역과 분쟁 지역까지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갔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필자는 현장에 파견된 적이 있다. 규모 7.8의 강진이 휩쓸고 간 도시는 처참했고, 계속되는 여진으로 2층 이상 숙소 대신 마당에 텐트를 치고 지내야 했다. 갑작스러운 2차 지진으로 급히 대피하거나, 회의 중 건물이 무너질 뻔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짧 은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그곳에 남겨진 동료들과 아이들의 눈망울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2021년 에티오피아에 있는 동안에도 내전이 발생했다. 각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철수를 권고했고, 한국 정부도 교민에게 귀국을 요청했다. 분 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실향민이 수백만 명에 달했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필자의 자녀 또래 소녀들이 “미래가 없는 이곳에서 언제까지 있어 야 하느냐”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 현지 직원은 북부 분쟁 지역 사업 수행 중 교통이 끊기며 4개월 넘게 고립되었다가 가 까스로 탈출한 일도 있었다.

현재도 분쟁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 가자지구 내 무력 충돌은 장기화되고 있으며, 외부의 인도적 지원이 제대로 전 달되지 않아 기아와 질병이 극심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7월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 IPC) 분석 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기근 단계로 분류되었으며, 약 6,7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는 굶주린 주민들이 구 호 트럭을 에워싼 채 식량을 기다리다 숨졌다는 참혹한 장면도 전해졌다.

이처럼 분쟁, 내전, 재난으로 고향을 떠난 전 세계 강제 이주 인구는 2024년 기준 1억 2,000여 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근 국가의임시 난민 캠프에서 국적도 없이, 이동과 생계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일부는 캠프에서 태어나 2m 담장 너머의 세상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심각해지는 전 세계적 인도주의 위기 속에서 굿네이버스와 같은 NGO는 위기 현장에서 직접 구호 활동을 펼친다. 각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ODA)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2023년 대한민국의 민간 단체에 대한 ODA 지원 규모는 전체 양자 ODA의 약 2.6%로, OECD DAC 평균인 약 16%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인도주의적 사업 원조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서는 NGO에 대한 실질적 지원 확대와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

우리는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버네사 우즈의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말하는 ‘다정함’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 연대하고 협력하며 공감하는 마음을 뜻한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자들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고립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우리가 서로 연결된 인류라는 증거이며,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고귀한 역할이다.

기고자 : 구양흔 /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 인도적지원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