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입법으로 ‘尹 알박기’ 물갈이… 더 급한 건 ‘낙하산 방지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0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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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계엄 선포 등으로 탄핵된 대통령의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이 새 정부에 맞는 경영 목표를 직무 능력 평가에서 제시하지 못할 경우 교체가 가능하도록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엔 공공기관장과 감사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에만 공공기관장이 45명 임명됐다. 그중 대통령 파면 뒤에 임명된 공공기관장도 23명에 이른다. 대선 캠프, 대통령실 참모 출신 등 업무 전문성과 거리가 먼 정치권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 대통령 임기가 5년, 공공기관장 임기가 3년이어서 임기 말 알박기 논란이 되풀이됐는데, 탄핵과 대선 정국 와중에 대놓고 권력 주변 인사들의 자리를 챙겨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장부터 임기를 맞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모적 갈등이 반복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지난 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을 물갈이하려는 시도 역시 여야 간 극심한 충돌의 원인이 돼 온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표를 쓰게 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환경부 장관 등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하자 “직권 남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욱이 민주당이 법을 바꿔 해임된 기관장들 자리에 현 정부가 부적격 인사를 내리꽂는다면 정권마다 계속된 낙하산 인사의 악순환은 변하지 않는다. 여야는 19대 국회부터 공공기관장, 감사, 이사가 되려면 5년 이상 해당 업무를 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든지,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3년이 지나야 기관장 추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낙하산 방지법들을 발의했다. 야당일 때 적극 추진하다 여당이 되면 태도를 바꿔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은 공공기관장의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하고 임명 과정의 투명성을 높인 낙하산 방지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공공기관장 물갈이법만 강행하면 ‘우리 편을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공기관장#해임법안#낙하산 인사#정권 교체#공공기관 운영법#직무 능력 평가#낙하산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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