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독일-일본-쿠웨이트 등… 세계 곳곳서 군사적 거점 역할
한국엔 6·25전쟁 이후 미군 배치
철수 땐 국제사회 영향력 감소 우려
동북아 군사-안보 균형 깨질수도
올해 3월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 훈련장에서 육군 7공병여단과 미 2사단 장병들이 도하 훈련을 하고 있다. 여주=뉴시스
지난달 말 이재명 대통령이 3박 6일간의 미국 일본 순방 일정을 마쳤습니다. 이 대통령은 방미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부대 토지 소유권을 미국에 넘겨 달라는 파격적인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넘어선 이러한 제안은 주한미군 주둔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또 하나의 불씨를 댕기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필요한 존재일까요. 오늘의 세계지리 이야기는 주한미군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해외 군사 주둔 전략과 이에 따른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대한 내용입니다.
● 6·25전쟁 이후 시작된 미군 주둔
주한미군의 역사는 6·25전쟁이란 비극적 사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조약은 양국이 태평양 지역의 무력 공격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상호 방위 협력을 강화한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드리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반세기 넘게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는 핵심 축이 되어 왔습니다. 현재는 2만8000여 명이 경기 평택시 등에 주둔해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주둔 비용 분담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얽히며,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연간 2조5000억 원 규모의 비용은 민감한 사안입니다. 이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양국 관계의 미묘한 기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 50개국 이상에 18만 미군 주둔
미국은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지역에 약 18만 명의 군인을 상시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전 세계에 뻗은 미국의 거대한 군사 네트워크 중 일부입니다. 미국은 전략적 필요에 따라 이들 군대의 주둔을 통해 세계 각지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유럽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에 소련이 서유럽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에 미군을 배치했습니다. 주독미군은 약 3만5000명 규모로 유럽 및 중동 지역으로 병력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군수 보급의 허브 역할도 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의 태평양 전략 핵심 거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오키나와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감시 및 견제를 위한 핵심적인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군 약 5만5000명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주일미군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미군은 1990년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발한 걸프전 이후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서남아시아에도 주둔하고 있습니다. 서남아시아 미군은 세계 경제 핏줄인 석유 공급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란 등 미국의 잠재적 위협 세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쿠웨이트에 주둔하는 미군은 걸프전 이후 이라크를 감시하고 서남아시아 전체에 병력을 신속히 투입하는 군사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에 주둔하는 미군은 대테러 작전 및 항공 작전을 총괄하는 중추적인 기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해외 미군기지들은 단순히 동맹국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잠재적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대한 체스판의 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세계 경찰 국가를 자임하며 패권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 동북아 안보의 균형추 역할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없어도 대한민국이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이미 세계 10위권이며, 원자폭탄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제외한 전차, 포, 전투기 등 재래식 무기 기반의 군사력 또한 세계 5위 수준으로 굳건하다는 것을 근거로 합니다. 일부 전문가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북한과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를 둘러싼 문제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란 미국이 군사 안보적으로 한국을 더 이상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한반도 안보 축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주한미군보다 더 큰 규모의 병력이 주둔 중인 일본에는 항공모함까지 전략적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F-22 전투기가 오키나와 공군기지에 배치되어 국제사회는 미국이 일본을 매우 중요한 군사·안보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자칫 국제사회에 한국이 동북아 안보에서 더 이상 중요한 핵심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안보 상황을 고려한 냉철한 분석과 현명한 외교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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