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칼럼]같은 듯 다른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DNA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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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검찰개혁 등 사안 놓고 갈등 양상
21대 국회의원 표결 성향 분석 해보니
李 대통령-의원 출신 장관들 ‘상대적 온건’
정청래 대표 ‘강성’… 예견된 당정 간 입장차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몸일까.’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궁금해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중대범죄수사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안과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민형배 위원장은 “너무 나간 것 같다”며 장관을 공개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 문제와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하자 곧 정청래 대표가 반발이라도 하듯 페이스북에 “검찰·언론·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고 썼다.

‘현 정부와 여당이 한 몸일까’에 대한 질문의 답에 따라 최근 불거진 당정 갈등의 양상이 검찰개혁이라는 특정 사안에 국한될 것인지, 경제나 외교 등 다른 문제들에서도 나타날 것인지가 갈릴 것이다. 성과가 중요한 ‘현재 권력’과 차기 대권 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당내 선명성 경쟁에 나선 여당 지도부의 충돌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강성 운동권 DNA의 현 여당 지도부와 ‘실용과 통합’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성향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일까.

사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주류의 성향 차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필자는 지난 21대 국회가 마무리될 무렵 국회의원들의 표결 기록을 분석해 의원들의 표결 성향(ideal points)을 추정했다. 철저히 표결의 유사도에 기반해 통계적 방법론을 적용해 점수화했다. 이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장관 후보자 중에선 강선우(여성가족부), 김성환(환경부), 김윤덕(국토교통부), 안규백(국방부), 윤호중(행정안전부), 전재수(해양수산부), 정성호(법무부) 등 총 7명이 21대 국회의원이었다. 이는 초대 내각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대통령실에 차출된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역시 21대 의원 출신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들이 현 지도부를 포함한 민주당 주류와는 결이 약간 다르다는 점이다. 분석에 포함된 21대 전체 의원(307명)의 평균 표결 성향은 ―0.52 정도였다. 진보 성향을 나타내는 왼쪽부터 살펴보면 녹색정의당(―1.66), 정의당(―1.57), 진보당(―1.46), 새진보연합(―1.07), 더불어민주연합(―0.94), 조국혁신당(―0.93), 민주당(―0.83), 국민의힘(0.03) 순이었다. 반면 21대 의원이었던 이 대통령의 표결 성향은 ―0.66으로 국회 전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간값(―0.73)보다는 오히려 오른쪽에 가까웠다. 강성 좌파보다는 포퓰리스트라는 세간의 평가나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는 본인의 평가에 더 부합하는 결과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정부 참여 인사 9명의 평균 표결 성향은 ―0.77이었다. 민주당(―0.83)이나 조국혁신당(―0.93)보다 전체 평균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었다. 공교롭게도 청문회에서 ‘갑질’ 논란 등으로 낙마한 강 장관 후보자(―0.95)를 제외한 8명은 모두 민주당 평균보다 오른쪽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검찰개혁을 두고 당과의 견해차를 드러낸 5선 출신 정 장관의 표결 성향은 ―0.68이었다. 이는 이 대통령과 거의 비슷하다. 반면 정 대표(―0.83)의 표결 성향은 민주당 의원들의 중간 정도에 해당돼 상대적으로 ‘강성’에 가까웠다. 당정 간 협력을 책임지는 우 정무수석(―0.78)의 표결 성향은 당과 이 대통령의 딱 중간이었다.

최근 당정 간 이견 노출을 두고 새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사실 어느 정권이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은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국정 동력 유지를 위해 높은 지지율이 필수적이라 중도를 잡고 싶은 이 대통령과 차기 대선에서 친위대가 되어줄 강성 지지층이 필요한 ‘미래 권력’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간택 받지 못한 미래 권력’으로 집중 견제를 받았고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갤럽의 정례 조사 결과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은 3%포인트 반등했다. 관세 협상을 둘러싸고 만난 두 정상의 회담은 ‘이념’이 아닌 ‘실용’적 접근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 강화’ 등 잇단 강성 정책 드라이브 영향으로 바로 직전 2주 연속 지지율이 8%포인트 하락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59%로 여당(44%)을 압도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화염병과 시너를 들고 미 대사관저 점거를 시도했던 여당 대표,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어렵다고 공개 선언한 대통령. 같은 듯 다른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DNA는 데이터에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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