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소변을 못 가리는 것은 아이 자신이나 부모에게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고, 부모는 이 문제를 잘못 이해해서 아이를 심하게 야단치기도 한다. 만 5세가 넘었는데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을 ‘야뇨증’이라고 한다. 만 5∼9세 전 세계 아이들 중 약 10%가 밤에 오줌을 싼다고 한다.
야뇨증의 원인은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몇 가지를 짚어 보면, 첫째는 방광 용적이 작기 때문이다. 방광을 물 담는 항아리에 비유하면, 항아리가 작기 때문에 소변이 빨리빨리 차는 것이다. 낮에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밤에는 잠이 들어버리기 때문에 방광이 넘쳐 버린다. 이런 경우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방광 같은 내부 장기들이 커지고 신체의 여러 가지 발달의 균형이 맞게 되면서 해결되기도 한다.
둘째는 항이뇨 호르몬 분비가 적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뇌하수체에서는 밤에 항이뇨 호르몬이 나온다. 이것이 소변을 만드는 양을 줄이고 농축시켜서 아침까지 화장실에 가지 않고 잘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아이들의 뇌는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항이뇨 호르몬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소변을 농축하거나 양을 줄이는 데 어려움이 있게 된다.
셋째는 수면의 패턴과 관련돼 나타나기도 한다. 야뇨증이 있는 아이들은 굉장히 깊은 수면에 드는 경우가 많다. 잠이 너무 깊이 들어서 소변이 마려울 때에도 깨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싸 버리는 것이다.
넷째는 발달의 지연과 관련이 있다. 대뇌에 있는 대뇌 중추신경계는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능의 발달이 늦어지게 되면 방광의 조절 기능이 미성숙하게 된다. 방광의 수축이나 요도의 괄약근을 열어서 소변이 나오는 기능이 미숙해 야뇨증이 일어날 수 있다.
다섯째는 부모를 닮아서 그럴 수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어릴 때 야뇨증이 있었다면 그 자녀의 40%는 야뇨증을 가질 확률이 있다. 부모 두 사람 다 어릴 때 야뇨증이 있었다면 그 아이가 야뇨증을 가질 확률은 두 배로 늘어난다.
아이가 야뇨증이 있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저녁 시간 이후에 물이나 음료수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또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화장실에 들러서 방광을 비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밤에 실수를 하더라도 절대 놀리거나 혼내지 말아야 한다. 밤에 오줌을 싸는 것은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부모의 태도는 아이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해 주고, 아이를 존중해 주며, 아이의 신경계와 모든 신체 장기가 성장하고 성숙하기를 기다려 주는 것이다. 실수한 아이에게 “네가 밤에 오줌을 싸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야. 좀 더 크면 좋아져.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편안하게 말해줘야 한다.
아이에게 무언의 압박을 준다든가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떤 부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밤사이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상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반대로 보면 오줌을 싼 것이 나쁜 행동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이가 실수하지 않는 것을 뭔가 훌륭한 것을 성취한 것으로 잘못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아이에게 성장하면서 곧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을 줘야 한다. 야뇨증을 기회 삼아 아이에게 신체 각 부위와 소변을 못 가리는 것이 여러 가지 요소로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아이 수준에 맞게 설명해 주도록 한다. 아이가 자신이 겪고 있는 야뇨증 양상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것이다. 지나친 수치감이나 모욕감을 느꼈던 것도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매일 이불을 빨아야 하는 부모의 고충을 이해한다. 두꺼운 수건을 한 번 더 깔아 주거나 방수 처리된 면 패드를 이용해볼 수 있다. 시트를 두 겹으로 깔아 주는 방법도 있다. 아이가 소변을 지려서 맨 위의 것이 젖게 되더라도 손쉽게 하나를 걷어 내고, 다시 마른 시트 위에서 바로 재울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곧 지나갈 시간이다. 이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는 부모들에게 있으리라 믿는다.
주위에서 아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다. “너 알지? 삼촌도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밤에 소변을 못 가렸대. 그런데 지금은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됐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아이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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