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사진)를 아시나요. 호돌이는 올림픽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했던 당시 대한민국의 열망과 시대적 분위기를 담아낸 아이콘이었습니다.
호돌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호랑이를 형상화했습니다. 머리에 남사당패 상모를 쓰고 목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메달을 건 모습입니다. 상모 끝에 달린 끈인 ‘물채’는 S자 모양으로 ‘Seoul(서울)’의 ‘S’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역동성을 강조했습니다. 1983년 산업디자이너 김현이 제안한 작품을 토대로 완성된 캐릭터입니다. 주최 측은 호랑이의 맹수 이미지 때문에 망설였으나, 전두환 대통령 의지로 확정됐다고 합니다. 이후 국민 공모를 통해 ‘호돌이(Hodori)’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듬해 여성 캐릭터 ‘호순이’도 만들어졌습니다.
호돌이가 하마터면 태어나지 못할 뻔한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 식품회사 켈로그가 자신들의 마스코트인 ‘토니 더 타이거’를 표절했다며 문제 삼았습니다. 당시 박세직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직접 미국까지 건너가 설득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후 호돌이는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로 생활용품과 국제 스포츠 행사마다 한국의 얼굴이 됐습니다. 올림픽 개최국의 상징을 넘어 냉전 종식기 ‘개방과 화해의 한국’을 알리는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30년 뒤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호돌이의 맥을 이어 백호를 상징한 캐릭터 수호랑이 등장했습니다. 수호랑은 겨울 설경 속 강인한 호랑이 이미지를 담아 호돌이 계보를 이어갔습니다. 서울올림픽 호돌이가 ‘성장하는 한국’을 대표했다면, 수호랑은 ‘성숙한 한국’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마스코트는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세계에 한국을 알렸습니다.
최근 한국 아이돌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는 푸른빛 호랑이 ‘더피’ 캐릭터가 나옵니다. 한국 전통 민화 ‘호작도’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더피는 케데헌의 폭발적인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친근함을 동시에 품은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덕분에 서울올림픽 호돌이도 다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9월 17일은 37년 전 서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날입니다. 현대사의 전환점에서 도약을 꿈꾸던 당시 한국을 담아낸 호돌이는 오늘날 성장한 대한민국에서 수호랑과 더피로 이어지며 여전히 세계가 기억하는 캐릭터로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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