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특종[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74〉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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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따러 가는 거 아냐. 사람 구하러 가는 거지.”

―조영준 ‘살인자 리포트’


이달 5일 개봉된 ‘살인자 리포트’는 스스로 11명을 죽였다는 연쇄살인범과의 단독 인터뷰를 하게 된 한 기자의 이야기다. 제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연쇄살인범과 단독 인터뷰를 하러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법하다. 선주(조여정 역)는 말한다. “특종 따러 가는 거 아냐, 사람 구하러 가는 거지.” 연쇄살인범은 선주에게 오늘 밤 누군가가 또 죽게 되는데, 자신과 인터뷰를 끝까지 해주면 그를 살릴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선주는 사람을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코너에 몰린 자신을 위해서도 특종이 필요하다. 한 대기업의 비리를 내부고발자를 통해 파헤쳤지만, 중요한 증거물인 장부는 도난당했다. 게다가 내부고발자는 살해됐다. 신문사 감사팀은 뇌물을 받고 장부를 넘겨줬다며 선주를 감사한다. 사면초가에 몰린 선주는 이번 특종으로 입지를 다시 세우려 한다.

그러니 막연한 피해자를 구한다는 선주의 명분은 자신조차 이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 속에서 수시로 흔들린다. 그 피해자가 누가 될 것인가에 따라 공감의 폭이 달라진다. 타인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침착했지만,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도망치고 싶어지고, 자신의 딸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에는 절박해진다. 결국 선주는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그 순간을 겪으면서 진정으로 그 고통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매일 뉴스에서는 적지 않은 피해자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타인의 목소리에 우리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실감을 하지 않는 한,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공감은 요원한 일이 아닐까. 사람보다 특종에만 더 혈안인 기사들이 디지털 세상에 넘쳐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종#살인자 리포트#연쇄살인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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