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연 씨가 서울 동대문구 장안근린공원에서 달리고 있다. 2011년부터 건강을 위해 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마라톤 42.195㎞ 풀코스만 113회 완주한 ‘철녀’로 거듭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 동안 편도 10리(약 4km) 가까운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래서인지 걷고 뛰는 데는 자신 있었다. 2012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3시간56분15초에 완주했다. 당시 49세였던 이강연 씨(62)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4시간 벽을 깼고 지금까지 풀코스만 113회 완주한 ‘철녀’가 됐다.
“고향이 전북 정읍시 입암이라는 골짝이었죠. 앞집이 고창군에 속하는 경계 지역이라 입암초·중학교까지 가는 데만 40∼50분 걸어야 했어요. 어렸을 땐 걷는 게 힘들고 짜증 났는데 결과적으론 체력을 탄탄하게 만들어 줬죠.”
이 씨는 약 30년 전 건강을 위해 가볍게 조깅을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걷기도 즐겼는데 운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달렸다. 2011년 5월 서울 중랑구에 있는 용화사에 다녀오는 길에 중랑천에 걸린 ‘마라톤 교실 회원 모집’ 플래카드를 보고 가입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본기부터 배웠고, 그래서 제대로 달릴 수 있었다”고 했다. 거의 매일 새벽 달렸다. 주말에는 하프코스(21.0975km) 이상을 달렸다. ‘초보인데 그렇게 많이 달려도 됐느냐’는 물음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생업(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의보쌈’)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때 달리기가 없었으면 버텨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전 4, 5시에 식당에 나가 장사 준비를 해 놓고 나가서 달렸다. 그는 “고기 삶고, 김치 담그고, 반찬 준비하면 두세 시간 훌쩍 지나간다. 준비 마치고 허리를 펴려고 하면 잘 펴지지 않아 손으로 지지할 것을 잡고 일어나야 한다. 그래도 달리고 나면 모든 피로가 날아가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언젠가 식당 손님이 ‘왜 그렇게 달리세요?’라고 묻더라고요. ‘손님은 왜 식사하세요?’라고 되물었죠. 손님이 ‘살기 위해서요’라고 하기에 ‘저도 살기 위해 달려요’라고 말했어요. 달리고 나면 어떤 힘든 일도 다 지나가요. 세상에 못 넘을 힘든 일은 없어요. 체력도 좋아지니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죠. 식당이 이만큼 잘된 것은 마라톤 힘이 큽니다.”
이 씨는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만 출전한다. 주말 장거리 훈련 대신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일 풀코스를 100회째 완주했고, 지금까지 113회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017년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46분13초.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늘 20% 힘을 남기고 완주한다. 다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언제나 생생하다. 주위에서 여성 마스터스 마라토너에게는 꿈의 기록인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에 도전하라고 하지만 손사래를 친다. 처음엔 장사 때문이었지만 이젠 습관이 돼 즐겁게 달리는 게 더 좋다.
“돌이켜보니 제가 장사를 했던 게 달리면서 다치지 않은 비결인 것 같아요. 시간이 많아 기록에 도전했다면 어딘가 결딴났을 겁니다. 뭔가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늘 힘을 남겨 둬야 했기에 ‘펀런(즐겁게 달리기)’의 맛을 알게 된 것 같아요.”
63토끼띠마라톤클럽에서도 활동하는 이 씨는 “함께 달리는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무리하게 달린 회원들은 지금 다 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엔 수요일과 일요일 정기 모임에서 달린다. 주말 대회가 있을 땐 대회 출전으로 훈련을 대신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 장사를 끝내고 브레이크타임 때 달렸지만 최근엔 다소 버거워 컨디션이 좋을 때 1시간 정도 달린다.
부상 방지를 위해 평상시 틈날 때마다 운동한다. 스트레칭 체조를 자주 한다. 허벅지 안쪽 근육을 키우기 위해 무릎 사이에 공이나 휴지 뭉치를 넣고 힘주기 운동을 한다. 뒤꿈치 들어올리기(카프 레이즈·calf raise)는 10년째 하고 있다. 그는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으로 온몸을 풀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록 욕심은 없지만 일흔까지 ‘서브 포(4시간 이내 완주)’를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힘이 닿는 데까지 달리고 싶어요. 건강히 오래 살아야 의미 있죠. 달려야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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