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이재진]유튜브 규제, 포털과 언론 사이에 해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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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미디어 됐지만 허위조작정보 넘쳐
표현의 자유 앞세워 책임 회피, 규제 비껴가
반복-고의적 조작정보 생산 처벌 규제 필요
세부 규정 마련하되 과잉규제는 경계해야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유튜브에서도 가짜뉴스(허위정보)로 관심을 끌고 돈 버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면서 언론중재법은 그대로 둔 채 논란이 된 유튜브를 규제할 방법을 찾자는 취지를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개정하려던 당초 방향에서 선회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는 주류 미디어가 됐고,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고수익을 창출하는 주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유튜브 채널이 대단히 자극적이며 선동적인 허위조작정보를 만들어 전파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한미 정상회담 취소설’부터 ‘이재명 소년원 복역설’, ‘MBC 손령 앵커 중국인설’, 그리고 ‘탤런트 박근형 사망설’이나 ‘태진아 교통사고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허위조작정보의 발원지가 유튜브였다. 유튜브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논의에도 불구하고 그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 침해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미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디어가 속한 사회적, 법적 환경에 따라 미디어 인프라와 콘텐츠에는 일정 수준의 규제가 뒤따른다.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ISP의 경우 그 규제는 매체적 속성에 따라 생산자 모델, 배포자 모델, 그리고 코먼 캐리어(common carrier) 모델로 구분할 수 있다. 생산자 모델에서는 ISP가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배포자 모델에서는 콘텐츠 자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지만, 불법적인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통제할 책임이 따른다. 마지막으로 코먼 캐리어 규제 모델에서는 콘텐츠가 안전하고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정도의 책임을 진다.

만일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유튜브를 규제한다면, 규제의 수준을 우선 정하고 이에 근거해서 세부적인 규제 방법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튜브에 대한 규제의 정도는 생산자 모델과 배포자 모델의 사이 어느 지점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즉 유튜브가 의도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만들고 이를 전파하는 경우에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되, 개정안에서 밝히고 있듯 ‘일정 수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채널에 한정해야 한다.

2008년 네이버 등 포털에 대한 규제 수준을 결정할 때, 대법원은 포털이 언론은 아니지만 콘텐츠를 편집하고 배포한다는 점에서 언론이나 다름없다고 봤다(대법원 2009년 4월 16일 선고 2008다53812 판결). 이는 조정대상에 포털을 포함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비록 언론은 아니지만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곳이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불법적 콘텐츠에 대해 언론보다는 낮은 정도지만 일정한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유튜브의 경우 역외 서비스라는 점에서 매체 자체에 규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어 당분간은 콘텐츠 규제에 초점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튜브에서 고의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즉 채널 ‘운영자’ 처벌보다는 운영자의 의도적이고 악의적이며 지속적인 허위조작정보의 제작과 배포 행위를 처벌하도록 가닥을 잡아야 한다.

아울러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특정한 경제적·정치적 이익 등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임을 알면서도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해 생산·유포한 정보를 허위조작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가 법률 규정으로 담기게 되면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돼 자칫 보호해야 할 표현행위까지도 규제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허위, 조작, 경제적·정치적 이익 등에 대해서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규정이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향후 언론중재법상 언론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때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EU)도 관련법을 제정했고, 우리 국민들의 규제 찬성 여론도 높아지면서 유튜브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 필요성이 커졌다. 현재로서는 유튜브에 기존 언론에 대한 책임 정도보다는 낮지만 포털의 책임 정도보다는 높은 수준의 규제책을 마련하고, 이에 근거한 세부 규정을 만드는 게 적절하다. 자칫 유튜브에 대한 과잉 규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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