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한]혼란 부추기는 트럼프의 ‘타이레놀 자폐’ 연관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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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임신 중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고 발언하면서 국내에서도 타이레놀 복용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모든 해열진통제에서 1순위로 처방되며 일반인들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특히 통증이나 발열 증상을 보이는 임신부에게 의사들이 안심하고 처방해 왔다. ‘애드빌’로 알려진 이부프로펜 계열이나 나프록센 계열의 진통제는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로 권장되지 않는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 백신 주사를 맞은 뒤 발열 증상이 생긴 접종자들에게 대한의사협회 등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도 1순위 처방으로 타이레놀을 권하기도 했다.

출생아 자폐 연관설에 의학계 “근거 부족”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에 대해 국내 의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의사들은 “음모론 같다”며 덤덤한 반응이었다. 근거 없이 말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의사는 “타이레놀은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보다 일정 기간 복용 또는 필요시 투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러한 논란 때문에 일반인들이 혼란을 겪어 부작용이 많은 진통소염제를 선택할 수 있겠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알레르기내과 환자 중 소염진통제로 인해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은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는 미국의학협회 학술지(JAMA)에 2019년 등재된 논문에서 ‘출생아의 아세트아미노펜 농도와 자폐증이 연관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JAMA에 등재된 논문에는 ‘스웨덴 아동 250만 명 대상 조사 결과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여부와 자폐증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진 바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 논문은 산모들 중 타이레놀을 복용한 군, 복용하지 않은 군, 복용 원인에 대한 보정, 그리고 타이레놀 말고 다른 진통제를 복용한 군 등을 비교해서 추적 조사한 것”이라며 “거의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한 연구에서 (복용군과 미복용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논란이 마무리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혼란… 의학이 정치쟁점 되어선 안 돼

대한약사회도 25일 성명서를 통해 “임신부의 발열이나 감염 자체가 태아의 신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 또는 약사의 지도하에 적정 용량으로 사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현재까지 다른 해열진통제와 비교했을 때 안전성이 가장 확립된 약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폐증의 증가는 한 가지 원인으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진단 기준에 아스퍼거증후군, 비정형적 발달장애 등이 자폐증에 통합되면서 자폐증 범주가 확장됐고, 사회적 인식이 향상되면서 이른 시기 선별 진단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오히려 국내외 정신분석 전문가들 중 일부는 의학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을 음모론처럼 펼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나르시시즘(자기애)적 자아를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학적 쟁점을 정치적 논란으로 만들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19 시기 의료가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방역 논란, 백신 부작용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키운 것을 상기하길 바란다. 그럴수록 정치적 위치에서 자유로운 의학한림원, 의사협회, 약사회 등 공신력과 신뢰도 높은 학계나 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정확한 지적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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