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개최 막바지 준비 한창인 주낙영 경주시장
아·태 21개국 대표단 6000명 집결… 트럼프·시진핑 6년 만의 회동 기대
1만3000객실 확보 등 준비 ‘98%’… 만찬장 변경 논란에 “인원 탓 불가피”
“천년유산위 새로운 질서 모색… 전 세계에 경주 이름 각인할 것”
주낙영 경주시장이 24일 경주시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 시장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경주에서, 과거를 넘어 새로운 세계무역 질서를 모색하는 회의가 열린다는 건 매우 상징적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주시 제공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전 세계 면적의 46.1%를 차지한다. 인구는 29억1000만 명, 국내총생산(GDP)은 62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62.2%에 달한다.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위해 1989년 창설된 공동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의 32차 정상회의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21개 회원국·지역의 정상, 대표단, 경제인 등 6000여 명이 한국을 찾는다. 특히 이번 회의는 자유무역주의를 근간으로 한 국제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시점에 열려 주목된다. 그 갈등의 중심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 6년 만에 회동한다.》
한국은 2005년 부산에서 13차 회의를 개최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천년의 고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슬로건으로 유치를 이끈 경주에서는 역사적 순간을 맞기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민선 7·8기 경주시장을 맡아 정상회의 유치를 이끈 주낙영 시장(65)은 24일 “경주에서 천년의 유산이 내일의 혁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경주가 글로벌 행사를 상시 유치할 수 있는 도시로 도약하고, ‘동양의 다보스(매년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 상황은….
“주요 시설은 이번 주까지 대부분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유치가 결정된 지난해부터 1년여간 행정력을 총동원해 준비했다. 인프라는 공정 98%로 대부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회의가 열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전면 리모델링해 재구성했다. 국제미디어센터도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VIP 숙소를 포함해 특급호텔, 리조트, 게스트하우스 등 총 1만3000여 객실을 확보했다. 포항·김해공항과 연계한 셔틀버스 체계도 마련했고, 행사 기간에는 친환경 전기·수소 버스를 투입한다. 총리께서 네 번이나 내려오셨다. 장차관님들도 수시로 경주에 오고 있다. 힘들지만 그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다는 뜻이니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시운전을 거쳐 완벽하게 준비하겠다.”
―미중 정상이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주석도 참석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중국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 향후 국제무역 질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시 주석도 참석을 결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안전과 의전을 최우선으로 준비하고 있다. 주요 정상들은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도착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 그렇듯 헬기를 타고 미군기지 비행장에 내리지 않겠나 싶다. 보문관광단지와 화백컨벤션센터 일원을 특별교통대책구역으로 지정해 대표단 전용 차량 동선을 별도 관리할 계획이다.”
―회의 규모가 상당히 커질 것 같다.
“미중 양국 정상이 온다면 말 그대로 ‘장이 서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열 것이고, 두 정상을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이 경주를 찾을 것이다. 역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최대 규모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 수행 인원만 550명 수준이라고 들었다. 미중, 한미, 한중 등 주요 양자회담도 잇따를 것이다. 회의 중요도가 한층 커졌다.”
―세계적인 기업인들이 많이 참석한다.
“정상들만큼 주목해야 할 게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온다는 사실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글로벌 CEO들을 3000명 이상 부르겠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CEO들까지 합치면 경제인만 5000∼6000명인 대규모 서밋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젠슨 황을 비롯해 글로벌 CEO들이 회의를 열고 기조연설도 할 예정이다.”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열리는 회의에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경주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이런 경주에서 세계무역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전환점의 회의가 열린다는 건 매우 상징적이라 생각한다.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국제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도 중요한데, 관련한 4대 강국 정상이 경주에 모이는 것이다. 과거의 유산 위에서 새로운 무역 질서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경주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공식 만찬장이 바뀌면서 논란이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 만찬장을 지었는데, 준비위원회에서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 의결하면서 ‘혈세 낭비’ 지적이 나왔다. 애초 기왕 경주에서 행사한다면 한국 전통의 미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곳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서 불국사까지 고려했다. 그런데 정상들이 오가는 데만 2시간이 걸려서 안 되겠더라. 중앙정부와 협의해 경주박물관 중정에 건물을 지어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만찬 때 식사뿐 아니라 식사에서 볼 공연도 멋있게 해야 한다고 무대를 크게 잡다 보니 만찬 공간이 좁아졌고, 수용 인원이 225명으로 줄었다. 미중 정상이 온다면 참석자가 어마어마할 게 아닌가. 박물관은 차량 동선도 아주 복잡할 거라고 하더라. 정부에서 그렇게 설명하니 우리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아쉽지만 많은 분이 참석할 수 있도록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 목조건축이라 조리가 어렵다거나 화장실이 멀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기존 만찬장은 어떻게 되나.
“정상·글로벌 CEO 회담 장소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예를 들어 미중 정상회담을 박물관에서 여는 식이다. 전 세계에 13점 있는 금관 중 경주에 있는 6점을 한자리에 모아 최초로 특별전을 할 계획인데, 그때 전시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되고 있다.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1박 5000만 원 바가지 숙소’ 논란도 제기됐다.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했는데, 예약 사이트에 성수기 최고가가 노출되면서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다만 숙박업소들 요금이 평상시 대비 많이 오른 건 사실이다. 숙박업계와 ‘상생요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합리적 가격 질서를 유도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숙박업소 관계자들에게 시장 명의의 서한도 보냈고, 교육도 시행 중이다. 숙소 위생에도 신경 쓰고 있다. ‘깨끗함이 최고의 환대’라는 생각으로 경북도와 함께 숙소 위생감시원을 운영 중이다. ‘손님들을 뜨내기 취급해선 안 된다. 경주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가야 다음에도 다시 경주를 찾을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반 관광객 맞이 준비는….
“주요 정류장에 영어·중국어·일본어 표지판을 정비하고 ‘스마트 경주’ 앱과 연계해 AI 기반 실시간 번역 서비스도 지원한다. 세계유산 야간 개장, 신라 고취대 공연, 황리단길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했다. 사실 경주가 세계 100대 관광지 중 한 곳이고 ‘타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유수 언론에서 한국을 소개할 때도 꼭 가봐야 할 관광지로 소개되는 곳인데, 과연 그만한 인프라와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스스로에게 의문이었다. 과거 APEC 정상회의 개최지들을 보면 행사를 계기로 관광을 발전시켜 이후 관광객이 5, 6배씩 늘어난 곳이 많다. 경주도 이 기회에 시설과 내용을 고양하고 인지도를 높여서 세계 100대가 아닌 50대 관광지 안에 들어보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경주 APEC이 어떤 행사로 기억되길 바라나.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회원국들이 모인다. 유의미한 내용을 담은 ‘경주 선언’이 나온다면 경주는 세계사에 남을 것이다. 역사책에서 배우는 ‘카이로 회담’, ‘포츠담 선언’을 보라. 제2차 세계대전 중 한국 독립을 보장한 회담, 전쟁 막바지 독일 처리 문제와 일본 최후통첩을 논의한 회담이다. 이번 회의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다면 경주도 세계인의 입에 오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같이 선 자리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경주 회의가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포스트 APEC’ 계획은….
“APEC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겠다. 부산은 정상회의 이후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보존·발전시켜 명소로 만들었다. 경주는 유치 결정이 늦어 새 행사장을 짓지 못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했다. 행사가 끝나면 기존 시설 사용을 위해 APEC 관련 시설은 철거해야 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APEC 기념관’을 별도로 꾸리려 한다. 정상회의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정상들이 앉았던 의자, 사용했던 물건도 전시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 옆에 트럼프 등신대를 세워 기념 촬영도 가능하게 하고 싶다. 경주엑스포대공원 광장에 APEC 기간 대한민국의 산업·기술 우수성을 알리는 전시장이 설치될 예정인데, 이곳을 기념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원 내 ‘APEC 기념의 숲’도 조성할 구상이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PEC은 경주만의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품격을 세계에 보여주는 무대다. 성공은 경주의 역량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환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민이 민간 외교사절이 돼 손님맞이를 잘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시기에 경주시장을 맡은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협조해 주시는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경주는 ‘천년의 미소’로 세계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65)
△경북 경주 출생 △대구 능인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미국 아이오와대 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석사 △경북대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 △29회 행정고시 합격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연수원장 △민선 7·8기 경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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