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요즘 카페마다 말차 메뉴가 넘쳐난다. 건강을 살리는 녹색 가루는 말차 외에도 다양하다. 밀싹, 새싹보리, 케일 가루 등 ‘그린 파우더(Green powder)’라 불리는 식물성 분말이 대표적이다. 한 작은술으로도 영양이 농축돼 있어 간 건강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이들이 푸른색을 띠는 이유는 엽록소 때문이다. 식물이 광합성에 쓰는 이 색소는 간 보호 효과가 뛰어나 한의학에서도 간을 보하는 색으로 여긴다. 중국 장쑤성 치둥시 성인 180명이 4개월 동안 엽록소 영양제를 섭취한 결과 간 손상을 나타내는 지표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엽록소가 발암성 독소를 막아내며 간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한 셈이다. 엽록소는 철분 흡수를 돕고 장내 악취를 줄이기도 한다. 요양병원 환자 연구에서는 체취와 대변 냄새가 감소했다. 고기를 즐기며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은 변 상태가 좋지 않다. 전통적으로 고기와 쌈채소를 함께 먹어 온 이유가 있다.
녹색 가루마다 개성도 다르다. 밀싹은 밀 씨앗에서 갓 올라온 어린싹으로, 한약에서 ‘소맥묘’라 불린다. 숙취와 황달을 풀어주는 약재로 쓰였다. 클로로필과 비타민 A·C·E, 글루타치온, 초과산화물 불균등화효소(SOD)가 풍부해 항산화·항염 효과를 낸다. 간 피로가 심하거나 항산화 보충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새싹보리는 보리를 15∼20cm 길이로 키운 어린잎으로, ‘대맥묘’라 불린다. 새싹보리가 함류한 폴리코사놀은 콜레스테롤 개선 기능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받았고, 사포나린은 간 기능과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당뇨, 고지혈증이 있거나 혈관 건강이 걱정되는 이에게 추천한다. 스무디나 두유, 요거트에 새싹보리 가루를 넣어 먹어도 맛을 해치지 않는다.
케일 가루는 눈 건강과 간 해독 효과가 있다.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황반 색소를 늘려 노화성 황반변성과 백내장을 예방하고, 글루코시놀레이트는 간 해독 효소를 활성화해 항암 작용을 돕는다. 퀘르세틴은 천식, 비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완화에 효과적이다. 눈이 쉽게 피로하거나 만성 염증, 알레르기가 잦은 사람에게 권한다.
섭취 방법도 중요하다. 엽록소는 지용성이어서 물에만 타면 흡수율이 떨어진다. 요거트나 올리브오일을 곁들인 샐러드, 견과류가 든 스무디, 혹은 카레 위에 뿌려 먹길 추천한다. 신선한 녹황색 채소를 직접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바쁘다면 분말을 활용해도 좋다.
주의점도 있다. 금속성 이물 제거 공정을 거친 안전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밀싹, 새싹보리 분말은 어린이나 면역 질환자가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케일은 갑상선 기능 저하 환자가 지나치게 먹으면 부담이 될 수 있고, 신장 질환자는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늦은 밤 섭취는 위산 분비를 자극할 수 있다.
말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밀싹, 새싹보리, 케일가루 같은 다양한 녹색 가루는 간을 보호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철분 흡수와 장 건강까지 돕는다. 몸 상태에 맞게 한 스푼씩 더한다면 지친 간이 다시 힘을 낼지도 모른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9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1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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