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3월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는 새 이동 수단으로 한강을 가로지르는 곤돌라가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이후 영국 런던에서 템스강의 수상버스를 체험한 오 시장은 ‘수상버스 도입 추진’을 공식화하고 곤돌라는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불과 나흘 만에 발표를 뒤집은 걸 두고 서울시 안팎에선 “수상버스에 대한 시장의 집념이 대단하다”는 말이 돌았다. 오 시장은 2006년 시작한 첫 임기 때도 ‘한강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수상버스 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후 2년여의 준비를 거쳐 이달 18일 한강버스가 처음 출항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방향타나 전기 설비에 문제가 생겨 운항을 중단하는 일이 반복됐다. 화장실 오물이 역류했고, 팔당댐 방류로 모든 배가 하루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다. 취항식에서 “한강의 역사는 한강버스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고 했던 오 시장은 결국 “앞으로 한 달간 승객을 안 태우고 시범 운항을 더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강버스의 초반 시행착오를 두고 ‘예고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강버스는 첨단 기술이 필요한 전기 하이브리드 선박임에도 운영사는 선박 건조 실적이 전혀 없는 신생 업체에 제작을 맡겼다. 결과적으로 선박 건조 및 인도 일정이 늦어지면서 운항 시작은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9월로 3차례나 미뤄졌다. 그나마 계획했던 12척 중 4척만 확보된 상황에서 개문발차식으로 운항을 시작해 출근 시간대에는 이용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무리하게 취항을 서둘렀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강버스를 이용한 승객 사이에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런던의 경우 런던아이, 국회의사당 등 주요 명소가 선착장 바로 앞에 있다. 반면 한강은 보통 수백 m는 걸어야 도심이나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다. 강폭이 템스강의 5, 6배다 보니 제방과 둔치를 폭넓게 조성한 탓이다. 잠실 선착장의 경우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5분이나 걸린다. 또 마곡부터 잠실까지 운항 시간이 일반은 127분, 급행은 82분 걸린다. 지하철의 2, 3배라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비가 많이 오거나 겨울에 강이 얼면 운항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오 시장은 첫 임기 때 수상버스 도입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수상 콜택시를 도입했다. 한 명당 5000원을 받고 쾌속보트로 마곡과 여의도, 잠실을 오가는 식이었는데 이용률이 저조해 사업자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해 조용히 문을 닫았다. 수상버스가 ‘제2의 수상 콜택시’가 되지 않으려면, 초반 시행착오를 만회하고 남을 획기적인 ‘서비스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