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5.8.12 뉴스1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등의 비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논의가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멈춰서 있다. 2016년 9월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뒤 이 자리는 9년 2개월 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권력은) 견제받는 게 좋다”며 임명 의지를 분명히 한 뒤에도 이를 먼저 주도해야 할 여당은 소극적이다.
국회 추천을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은 시급한 입법 사항이 많다는 이유를 대며 미온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법안에 대한 입법과 특별감찰관 추천은 별개의 사안이다. 여당이 의지만 있다면 적절한 후보군을 제시하고 야당과 협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과반 의석의 힘을 앞세워 각종 쟁점 법안을 밀어붙였던 여당이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에는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도 여당에만 논의를 맡겨 놓은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임명 절차는 정부 출범 5개월이 넘도록 진척이 없다. 법 규정에는 특별감찰관 자리가 공석이 되면 30일 안에 국회가 일정 자격을 갖춘 법조인 3명을 후보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임기 초에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회의 임명 요청이 없다”며 인선 지연의 책임을 국회로 돌렸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무산됐다. 결국 특별감찰관의 부재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특별감찰관이 제때 임명됐더라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김건희 여사의 부정한 금품 수수와 이를 매개로 한 인사 및 이권 개입, ‘명태균 게이트’와 ‘건진 게이트’ 같은 대형 비리의 싹을 일부라도 자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별감찰관은 어느 정권에서나 불편한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의 탈선을 조기에 차단하고, 권력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특별감찰관의 임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진다. 더구나 문제가 터진 다음에는 임명하는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아직 이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도 안 지난 지금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적기(適期)’다. 절대 그냥 흘려보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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