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회 폭거에 맞선 계엄”… 대놓고 ‘내가 윤석열’ 외친 장동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3일 23시 27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심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심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페이스북 글에서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정당했다고 옹호하며 오히려 탄핵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장 대표는 법원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들어 “(이로써) 내란몰이가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의 계엄 옹호론은 얼마 전 부정선거 음모론자에 대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동조한 데 이어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우리가 윤석열이다”라고 외친 격이다. 이날 송언석 원내대표가 “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소속) 의원 모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하고,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에 대해 사과문을 냈지만 장 대표는 정반대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윤 어게인’ 세력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장 대표에게 계엄에 대한 사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주문일지도 모른다. 장 대표는 그간 당내 다른 목소리를 무시하며 ‘이재명 정권 독재 저지’를 외쳐왔다. 중도층이 갈수록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체제전쟁’ 같은 극단적 주장으로 당을 몰아가고 있다. 특히 추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을 마치 ‘계엄 면죄부’처럼 여기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제1야당이 극단 세력과 주장에 끌려다니면서 정작 장 대표가 그토록 우려한다는 정권의 독주는 사실상 방치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6개월 뒤 지방선거에서 여당 심판과 보수 재건을 다짐하지만, 국민의힘의 자충수가 정부여당의 ‘야당 복’이 되는 현실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되새겨야 할 것은 윤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친위쿠데타야말로 이재명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이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장동혁#계엄#탄핵#윤석열#추경호#내란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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