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8일 만인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했다. 105분간 이어진 오찬 회동에선 30조 원 규모의 추경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이 대통령 재판 관련 입법 등 민감한 현안들이 대거 테이블에 올랐다고 한다. 만남을 자주 갖자는 공감대가 있었다지만 추가 회동 날짜를 정하지 않았고 정리된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추경안에 대해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의견을 충분히 들어 조정할 것은 조정하면서 가능하면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설명하며 대외 문제에서 여야가 입장을 조율해가며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소비 쿠폰과 부채 탕감이 60%를 차지하는 돈 풀기식 추경으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재판과 관련한 입법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 김 후보자 지명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회 때 해명을 지켜보자고 했고,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은 여야가 협상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나서 청문회 전 김 후보자 의혹을 사실로 규정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고, 이 대통령 재판 관련 요구에 대해서도 “야당의 반성이 먼저”라고 받아치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과 야당이 집권 초 대화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 때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날 때까지 720일이 걸리는 등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지금은 초당적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대통령이 여야의 공통 공약을 빠르게 실천하자고 제안한 만큼 여기서부터 접점을 찾아 나갈 필요도 있다.
그러려면 회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한 달 또는 분기별 정례화를 포함해 어떤 형식으로든 대통령과 야당이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상대를 적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다. 그래야 각자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한계를 넘어서서 정치 복원과 협치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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