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북 김제시 봉남보건지소 처치실에 불이 꺼진 채 인기척이 들리지 않고 있다. 봉남보건지소에는 상근하는 의사가 없어 공중보건의사가 월 4차례 순회 진료한다. 김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역사회의 건강을 총괄 관리하는 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 7곳 중 1곳은 의사도 간호사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마다 설치된 보건소와 읍면 단위에 있는 보건지소 1598곳 가운데 상근 의사나 간호사가 없는 곳이 15.1%인 241곳에 달했다. 전북의 경우 그 비율이 28.1%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고, 이어 경남(21.1%) 경기(17.8%) 순이었다.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와 질병 예방이 본래 역할이지만 병원이 없는 의료 취약지역에서는 진료 기능까지 맡는 공공의료의 최후 보루다. 하지만 열악한 정주 여건과 낮은 연봉 탓에 보건소의 의사 구인난은 만성화하고 있다. 2014년 2386명이던 보건소 의사 수가 지난해는 1400명으로 40% 넘게 급감했다. 의사 한 명이 여러 개 보건소를 순회하며 진료하거나, 간호사 1명이 1000∼2000명의 지역 주민을 관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주민들로서는 아파도 의사가 근무하는 요일을 기다려 보건소에 가거나 차로 수십 분 거리에 있는 시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읍면 단위에 설치된 보건지소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보건지소는 대개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맡는데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이 1년 6개월로 단축되면서 근무 기간이 3년인 공보의를 지원하느니 차라리 현역으로 복무하겠다는 의대생들이 늘고 있다. 의과 공보의 수는 2020년 1901명에서 올해는 945명으로 5년 새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군 복무를 선택해 공보의 부족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내년 3월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들을 방문해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돌봄제도가 시행된다. 상근 의료 인력이 없어 찾아오는 환자도 감당 못 하는 보건소가 방문 진료까지 맡기는 어렵다. 지역 인구 구조와 병원 접근성을 기준으로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통폐합해 한정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취약 지역 의료진의 처우를 개선하고, 적정 공보의 자원을 확보해 농어촌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공보의 근무 기간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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