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의 아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한 명품 가방을 김건희 특검이 확보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시가 100만 원대 프랑스 명품 클러치백과 메모를 발견했다. 메모는 김 의원 아내가 쓴 것으로 ‘남편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줘 감사하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8일 “제가 2023년 3월 대표에 당선된 뒤 아내가 신임 당 대표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 측도 “사회적 의례적 차원의 선물”이라고 했다.
김 여사에 대한 김 의원 부인의 명품백 선물은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와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그 대가성 유무나 별건 수사 여부를 놓고선 정치적 논란을 낳을 법한 사안이다. 하지만 당사자들 해명대로 한낱 ‘사회적 의례적 차원의 선물’로 넘길 수 없는 까닭은 재작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논란, 그 이후 여권의 위기와 몰락으로 이어진 과정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시 윤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던 이준석 대표가 쫓겨나다시피 물러나고 치러진 3·8 전당대회는 유난히 시끄러웠다.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이던 선출 규정이 ‘당원 100%’로 개정되면서 한때 4위였던 김 의원이 ‘윤심’을 업고 1위에 올라 당 대표로 당선됐다. 그 과정에선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해임, 안철수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격 등 ‘윤심’의 노골적 개입이 논란이 됐다. 특검팀은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인들을 당원으로 집단 입당시킨 혐의로 김 여사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최근 추가 기소했는데, 김 의원 측 명품백 선물이 그런 도움에 대한 대가가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그렇게 전당대회를 치러 구축됐다는 ‘당정일체’ 체제는 윤심이 모든 걸 좌우하는 수직적 당정 관계였다. 그런 비정상적 관계였으니 후임 당 대표를 거론하며 “총으로 쏴죽이겠다”는 막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새로 드러난 당 대표 부인의 명품백 선물은 그런 권력관계가 안방에까지 이어져 우리 정치를 얼마나 일그러뜨렸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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