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남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정책연구원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양=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31일 37년간 입어온 법복을 벗은 박형남 전 사법정책연구원장(65·사법연수원 14기)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합의한 가치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사법정책연구원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에 대해 “엄정히 단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 결과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난입하고 판사를 겁박하려는 시도는 문명에서 야만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모든 법관은 특정 정치적, 사회적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헌법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했고, 2023년 현직 법관으론 처음으로 사법정책연구원장에 임명됐다.
박 전 원장은 2013년 ‘자살 공무원 유족보상금 청구 소송’을 가장 기억나는 판결로 꼽았다. 그는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공무원에 대해 사법사상 최초로 ‘심리부검’을 실시했고 공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은 후배 법관들에게 “법률 공부도 필요하지만, 홀로 있을 때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신독(愼獨)’의 자세도 중요하다”며 “법정에 선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선 인문학 공부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 전 원장은 ‘재판으로 본 세계사’ 등의 책을 펴내 ‘인문학 판사’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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