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생면부지의 이웃에게 신장 한쪽을 나눠줬던 장기기증인 이수권 씨(81·사진)가 세상을 떠나면서 시신을 병원에 기증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12일 유족 측이 이 씨의 생전 뜻에 따라 이 씨의 시신을 한양대 의대에 기증했다고 19일 밝혔다. 신장의 기능을 모두 잃어 투병 중인 환자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이 씨는 1994년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일주일간 집을 떠나며 자녀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아빠 여행을 잠시 다녀올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씨는 자신과 같은 신장 기증인들을 돕는 간병 봉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심혈관 수술을 받으며 몸이 쇠약해진 이 씨는 10일 세상을 떠났다. 투병 중에도 가족들에게 시신 기증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고인의 장례식장엔 1994년 신장을 이식받아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이도 있었다. 평소 이 씨 가족과 수혜자는 주기적으로 경조사를 챙기는 등 교류했다고 한다. 이 씨의 딸 지현 씨(46)는 “아버지께서는 법 없이도 사셨을 만큼 선하신 분이었고, 나눔을 삶의 원칙으로 삼으셨다”고 말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이 씨가 남긴 사랑과 헌신은 그가 기증한 장기와 시신을 통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의학 발전에 기여하며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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